꽁꽁 언 얼음 계곡에서 거침없이 옷을 벗고, 급경사의 험한 산길도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오르는 이 남자! 터프한 턱수염과 범상치 않은 눈매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시선을 압도한다! 그는 바로 자연인 맹순재(55)씨. 하지만 처음 산에 들어온 7년 전만 해도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이 최악의 상황이었다는데! 대장암 수술 후 돌연 항암 치료를 중단한 채 산으로 향했다는 자연인. 도대체 지난 7년 동안 이 산속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흔 여덟에 대장암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부모님이었다. 직장암으로 8년을 투병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뒤이어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그에게 암은 곧 죽음이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건설 현장에 나가 일을 배웠다는 자연인. 뭐든 끝까지 해내는 끈기와 타고난 손재주로 그는 29살 이른 나이에 인부들을 데리고 직접 집을 짓기 시작했다. 실력 좋은 건설업자로 입소문이 나며 돈도 남부럽지 않게 벌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집을 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사 중에도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작업을 변경해야 했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공사 대금을 깎는 일마저 비일비재했다.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공사 대금마저 깎이면 인부들 월급과 자재비 독촉에도 시달려야 했던 상황. 그렇게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일과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던 중 공사 대금을 받기 위한 소송이 연달아 4건이 발생했고, 법원과 공사 현장을 정신없이 오가던 어느 날, 일주일 사이에 몸무게가 무려 7kg나 빠졌다. 얼굴마저 죽은 사람처럼 창백해지자 병원을 찾았고 대장암 3기를 진단 받은 자연인. 내시경이 들어가지 못할 만큼 종양은 커져 있었고, 그는 바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는데... 병원에서는 12번의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3번 만에 머리와 이가 모두 빠지는 후유증이 왔고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그때부터 그는 살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섰고, 그렇게 택한 것이 바로 고향 산이었다.
그의 산중생활에선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 잡곡밥은 솥에 얹기 전에 뜨거운 물로 독소를 제거하고, 멧돼지 고기는 삶는 중간에 15분 동안 찬물에 식혀줘야 몸에 좋은 약이 된단다. 된장에 밥을 비벼먹는 것도 모자라 2박 3일이 걸려도 간식으로는 위장에 좋은 수수엿과 무조청을 고집한다는 자연인. 어디 먹는 것뿐이랴~ 아침이면 풍광 좋은 계곡에서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린다는 그는, 옛 추억을 벗 삼아 낭만 가득한 산중생활을 즐기는 건 물론 타고난 손재주로 집 곳곳을 꾸미며 지금 생애 최고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는데...
암이 그에게 준 건 불행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깨달음과 행복이라는 자연인 맹순재씨의 이야기는 오는 2월 21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