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빛깔로 물든 가을 산의 풍경에 취해 한참 산을 오르다 보면, 해발 600미터 깊은 산중에 4년째 부지런히 자신만의 낙원을 일궈가는 자연인 이규태씨가 살고 있다. 이제는 산짐승 소리마저 자장가로 들린다는 자연인. 단 돈 5만원으로 산 생활을 시작했다는데.. 그가 산으로 들어오게 된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형편에 중학교를 겨우 마치자마자 형의 구두공장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제대 후에는 성수동의 수제화 골목을 찾아 숙녀화 만드는 기술을 익혀 자신만의 구두 사업을 시작했고, 당시 그의 월매출은 무려 3억에 다다랐다고 한다. 하지만 IMF의 여파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사업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그는 내가 잘못되더라도 직원들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집과 남은 재산까지 모두 처분해 직원들의 월급과 퇴직금을 챙겨줬다. 그런 그를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이혼하게 됐다. 그렇게 빈털터리가 되어, 홀로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게 된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섬에 들어가 공사 일을 하고, 일수 돈을 수금하러 다니는 일까지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모질게 할 수가 없어 그 자리에서 차용증을 직접 찢기도 했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면서도 남을 힘들게 하는 일만은 할 수 없었던 자연인은 새롭게 마음을 다 잡고 다시 밑바닥부터 구두 일을 시작해 결국 일어섰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았고, 역시 성공의 순간은 짧았다. 모든 것을 정리한 그는 수중에 남은 돈 5만원과, 다시 행복해지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고향의 산으로 들어오게 된다.
삶에 찾아온 여러 번의 고비에,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건 두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반복된 실패와 도전은 그의 인생에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단 희망을 갖게 했다. 특유의 도전정신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돌과 나무뿐이던 고향 선산을 멋진 터전으로 일군 자연인.
그의 텃밭엔 무, 배추, 콩 등의 겨울 양식이 가득하고, 어릴 적부터 뛰어다니던 산엔 불로초라 불리는 영지며, 야생 더덕, 귀한 송이가 가득하다. 산을 하도 다녀서 인간 내비게이션을 자처하는 그는, 산이 주는 귀한 선물이 있는 위치를 꿰고 있다는데.
목숨을 위협하는 장수말벌 소탕작전을 벌여 말벌주를 담그는가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던 닭볶음탕엔 산에서 열리는 재료를 십분 활용해 설탕대신 잘 익은 홍시를 넣어 요리하기까지. 빈손으로 돌아온 고향 산에서 다시 희망과 행복을 찾은 자연인 이규태씨의 이야기는 11월 8일 오후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