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900m의 드높은 산봉우리 사이로 깊은 계곡이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집터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의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뛰어난 손재주와 함께 기발한 발상으로 일군 숲속의 또 다른 세상! 자연인 김영호(78세) 씨는 이곳을 ‘파라다이스’라 부른다.
어렸을 적부터 만들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자연인은 학창시절엔 여러 공모전에 당선될 만큼 그 실력도 뛰어났다. 어른이 돼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그는 미대에 진학하길 희망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호락호락한 분이 아니었다. ‘너 환쟁이 되려고 그러니?’ 라는 단호한 한마디에 그는 꿈을 포기해야 했고, 적성에 맞지 않는 교직에 몸을 담갔다. 그나마 가장 관심 있던 생물을 택했고, 25년이란 세월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교단에 설 동안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쳤고 그 일에 긍지를 가졌지만 결국, 시곗바늘처럼 돌아가는 똑같은 일상에 지치고 말았다. 더 늦기 전에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을 이루고 싶었던 그는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산을 찾게 되었다.
그는 허허벌판이었던 산을 하얀 도화지 삼아 자신이 꿈꿔온 낙원을 그려 나갔다. 이글루처럼 생긴 독특한 황토 집을 짓고, 물이 넘쳐나는 지형을 이용해 많은 물레방아와 재미있는 분수들을 만들었다. 널찍한 수영장을 만들고, 그 옆에는 전용 낚시터도 만들어 취미 생활을 맘껏 즐겼다.
우거진 숲은 그의 작품들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서로 어우러졌다. 그 역시 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건강식을 먹으며 젊음을 되찾았고, 계곡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자연과 하나 됨을 느꼈다.
그에게 산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자유를 주었고, 인생의 여유를 선물했다. 앞으로도 그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 산골 낙원에서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너른 자연의 품에서 뒤늦게 평생의 꿈을 이룬 자유로운 영혼, 자연인 김영호 씨의 이야기는 10월 18일 수요일 오후 9시 50분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