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00m 깊은 산골, 윤용오(60세) 씨의 집에는 대가족이 모여 산다. 강아지부터 흑염소, 오리, 거위, 토끼, 닭 등 그 수만 무려 60여 마리. 염돌이부터 또순이, 거순이, 땡칠이, 일호 등 동물마다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는가 하면, 예방 접종에 구충제까지 손수 살뜰하게 챙겨주는데~ 동물들을 ‘내 새끼’라 부르며 산중 식구들의 아버지를 자처하는 자연인 윤용오 씨. 그는 무슨 연유로 이 많은 대식구의 아버지가 된 것일까?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면서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해야 했던 자연인. 하지만 고사리 손으로 번 돈마저 아버지가 가져가버리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17살 어린 나이에 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던 그. 공사장 인부부터 구두닦이, 석공, 세신사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다. 그 후 가정을 꾸리면서 하루 18시간 동안 손발이 오그라들고, 탈진할 정도로 손님들의 때를 밀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그가 고된 노동을 버틸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 내 자식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던 강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에 3억을 투자하게 되지만 머지않아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10대 때부터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리게 되었는데... 허나 그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더 큰 시련이 찾아왔으니, 당시 6살배기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 연이은 악재로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져갔고, 결국 아내는 남은 딸마저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나갔다. 가족도, 돈도 모두 잃어버린 그는 3년 간 술에 의지해 길거리를 떠돌며 노숙생활을 하다 다시 세신사 일을 시작했지만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는 일에 회의를 느끼며 아무도 없는 산을 찾아 들어갔다.
제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산중 식구들에게 무한 애정을 쏟는 자연인 윤용오 씨. 받은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멧돼지를 잡아오는 개들 덕분에 매일 같이 고기 파티 중이란다. 더불어 보약산에서 얻은 천문동부터, 더덕, 도라지, 하수오, 초코베리, 칡 등으로 잃었던 건강도 되찾고 있다는데~
아버지의 이름으로 자연을 따스하게 품고 사는 자연인 윤용오 씨의 이야기는 오는 4월 12일 수요일 밤 9시 50분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