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와 작은천사
이른 아침부터 잠에 취해있는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아빠 김현민(36) 씨와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면서도 약을 잘 삼키는 딸 김보빈(6) 양. 보빈이는 작년 7월 원인불명의 심부전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습니다. 축 늘어져있는 보빈이를 바라볼 때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아빠 현민 씨는 가슴이 옥죄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보빈이는 지난 3월 기적처럼 심장 이식수술을 받아 살 수 있었지만 가슴 전체를 덮을 정도로 큰 상처가 남았고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합니다. 이혼 후 보빈이를 돌보던 아내는 자신이 없다며 아픈 아이를 현민 씨에게 맡기고는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보빈이를 돌봐줄 가족이 없으니 현민 씨는 매일 아픈 딸을 데리고 택시 일을 합니다. 아이와 함께 일을 하다보면 손님들의 불평이 오갈 때도 많고 제때 일을 하지 못해 사납금을 채우기도 빠듯할 때가 많은데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다니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 많이 안타깝죠 저 때문에... 아빠가 못나서요
일을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다니는데 마음이 좋진 않습니다 “
저녁 운행 시간에는 취객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어린 보빈이가 아빠와 함께 나갈 수 없습니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인 딸을 홀로 집에 두고 일을 나가야 하는 아빠의 심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하지만 기특한 보빈이는 전화연결만 되어있으면 홀로 집에 남아 아빠의 퇴근을 기다립니다. 문제는 통신망이 약해지거나 취객들의 성화에 전화 연결이 끊길 때인데요. 씩씩하게 아빠를 기다리는 보빈이지만 잠시라도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동네가 떠나가라 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다시 전화 연결이 되면 다행이지만 보빈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일을 하느라 당장 달려갈 수 없는 아빠는 속이 타들어 갑니다.
“ 밤에도 (보빈이가) 아빠 혼자 있기 싫어 그러는데
계속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게 마음이 아프고 일을 하면서도 불안하거든요“
현민 씨는 심각한 채무 문제까지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루 일해 아이 밥 먹이기도 힘든데 채무에 관한 협박과 독촉까지 사방이 모두 가로막힌 기분입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형편은 제자리걸음 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아빠 곁에서 힘을 주는 보빈이가 있으니 아무리 답답한 삶이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민 씨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보빈이에게 평범한 일상 속 행복을 주는 것입니다. 식사 때가 되면 걱정 없이 밥을 먹는 것, 쉬는 날이면 가까운 곳에 함께 산책을 나가는 것, 밤이 되면 아이와 함께 잠드는 것... 우리에겐 너무나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빈이와 아빠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룰 수 없는 꿈이라 말합니다.
“ 저한테 기회가 한 번 주어진다면 아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 기회가... 그 기회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다시 일어날 수가 없어요“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6살 보빈이와
아픈 딸을 데리고 택시 운전을 하는
아빠 현민 씨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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