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열대야가 쉽게 식지 않는 한여름 밤 좁디 좁은 한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고 있는 한 가족이 있습니다. 김현태(43) 씨, 정영미 (36/신장장애2급)씨, 이은지(17)양, 김승민(11) 군 가족인데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이 가족들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현태 씨를 닮은 은지 양의 외모가 꼭 부녀사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은지 양은 현태 씨의 조카입니다. 13년 전 은지 양의 부모는 서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며 이혼했고 그 이후로 은지 양은 삼촌과 외숙모 품에 안겨졌습니다. 은지 양은 삼촌을 아빠처럼 외숙모를 엄마처럼 생각하며 자랐는데요. 혹시 은지 양이 부모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랑으로 정으로 은지 양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서로 본인을 돌보지 않겠다는 부모의 모습을 봤던 것이 여린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던 것일까요. 은지 양은 또래보다 많이 어리고 부족해 일반 수업을 받을 수 없습니다. 영미 씨 현태 씨는 은지 양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더 많이 가르쳐주고 연습시키고 있지만 잘 따르지 못하는 조카를 보면 속상한 마음이 듭니다.
“ 엄마 아빠가 없어서 밖에 나가 놀림 안 받을까 걱정 되고
외숙모랑 산다고 놀림 안 받으면 다행인데... “
친엄마처럼 은지 양을 보살펴줬던 영미 씨에게도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영미 씨는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 투석을 받고 있고 한쪽 시력을 잃었습니다. 다른 한쪽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게 될 상황. 현태 씨는 아내의 한쪽 눈만은 지켜주기 위해 퇴근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병원비를 벌고 있습니다. 남편의 노력에도 건강은 애석하게 나빠져만 갑니다. 투석 환자들에게 종종 나타난다는 피부 가려움증이 영미 씨의 온몸에 퍼진 건데요. 신장 투석을 받고 오면 얼굴부터 발끝까지 긁어서 온몸이 흉터로 가득합니다. 긁고 난 후에는 이내 열이 올라 영미 씨는 자리에 눕고 마는데요. 일하러 간 현태 씨를 대신에 영미 씨를 돌봐주는 사람은 아이들입니다. 엄마를 대신해 밥을 안치는 승민 군과 외숙모가 아프면 물수건을 이마 위에 올려주는 것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전하는 은지 양. 영미 씨는 아파서 힘들 때 아이들이 있기에 이겨내려 노력해보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투석 기간이 길어져 합병증이 하나 둘 더 생기기 시작한 영미 씨는 빠른 시일 내에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현태 씨 홀로 수술비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엄마는 살 수 있다고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같이 살고 싶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되니까... “
부부의 걱정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춘기가 찾아온 은지의 독립된 공간을 위해 작은 창고 방을 청소하고 여기저기 얻어 온 가구들로 채워 방을 만들어 줬지만 친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은지 양은 홀로서기 하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그래도 성인이 되면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꾸준히 시도를 해보지만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은지를 보면 삼촌과 외숙모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또래에 비해 많이 부족한 조카와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고 피부질환까지 앓게 된 아내, 아직 어린 아들 승민 군을 생각하면 현태 씨는 걱정이 가득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지만 가혹하게 희망의 빛 한 줄기를 내어주지 않는 현실 앞에 현태 씨 가족은 하루하루 위태로워 보입니다.
“ 힘들어도 제가 참고
아이들도 있으니까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가족이기에 빈자리를 채워주고
가족이기에 포기하지 않는
현태 씨 영미 씨 가정의 사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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