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 그 멀고도 힘든 꿈
늦은 저녁, 우유배달을 가려면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건만... 부부는 조촐한 술상을 앞에 두고도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바로 아픈 둘째 아들, 정훈(4)이 때문인데요. 생후 45개월밖에 되지 않은 정훈이의 병명은 바로 요도하열. 정훈이는 남자 아이면서도 태어날 때부터 생식기관이 몸속에 있어서, 성기를 외부로 드러나게 만들어줘야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음경 끝에 있어야할 요도 입구가 자꾸만 다른 곳에 생기는 요도하열을 앓게 되었는데요. 벌써 요도하열 수술만 4번째. 그러나 계속된 재발로 5번째 수술을 앞둔 상황입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엄마 김진영(43) 씨의 눈에는 벌써 눈물부터 고였는데요.
“지금은 정훈이도 기저귀 찬 게 창피한 걸 모르는데, 더 커서도 기저귀를 차게 되면
(또래와 비교되어) 창피한 걸 알고... 초등학교 때 애들하고 어울릴 때 상처받지 않을까...”
옷 속에 감춰진 장애. 그로 인해 아들이 누구에게도 말 못할 상처를 가지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진영 씨는 아들 걱정에 잠을 설친다는데요. 그런 진영 씨를 지켜보는 아빠 박형기(42)씨는 말문이 막혔는지 한숨만 쉴 뿐이었습니다. 형기 씨도 소외된 첫째 아들 경수(6)와 아픈 둘째 정훈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싶었지만, 마음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다니던 회사가 폐업하거나 임금이 밀리기 일쑤였는데요. 그러다보니 요도하열과 함께 선천성 심장기형이나 사시 등으로 받은 총 7번의 수술비가 전부 빚으로 남아버렸습니다. 은행 대출금만 무려 5천만 원. 최근 지인의 소개로 새벽 4시부터 나가야 하는 우유 대리점의 배달 일을 하게 되었지만,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갚는 것만 해도 벅찬 상황인데요.
점심값도 아까워 컵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형기 씨도, 매일매일 오는 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진영 씨도 쉽게 파산신청을 선택하기 보다는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고 싶다는데요. 그러나 요도하열이 재발한 정훈이를 보면 그 수술비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자꾸만 어두워지는 부부의 슬픈 그림자는 언제쯤 걷어낼 수 있을까요?
정훈이가 또래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커주길...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상처받지 않기를... 누구나가 꿈꿀만한 작은 소망이 이들 부부에게는 가시밭길 끝에 놓인 커다란 보물입니다. 현실에 좌절하기보다 이겨낼 힘을 가지길 소망하는 부부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