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란 소리를 내서 음악을 만드는 도구이다.
그 중에서 전통악기는 오래 전에 만들어지고, 단순히 소리를 만드는 도구가 아닌,
현재까지도 악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악기는 악기에 따라 다르게 전승되어 왔는데,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에 쓰이는 악기를 만드는 악기장인을 ‘악기장’이라 부른다.
오직 소리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 위해 악기에 혼을 불어넣는 이들.
아름답고 정확한 우리의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0.0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도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을 ‘MBN 리얼다큐 숨’에서 확인해보자.
누구나 큰 절에 가면 한 번쯤 봤을 만한 큰 북.
불교의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인 ‘법고‘다. 법고는 단순한 악기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불교 의식이나 각종 재를 베풀고 의식을 거행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도구이기도 하다.
법고를 제작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만큼 그 과정이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지만,
이 법고의 전통을 잇기 위해 고곤분투하며 법고의 장인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박종명 장인이다.
법고가 좋은 소리와 울림을 내기 위해서는 북의 몸통을 만드는 나무 선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재래종인 육송을 2년 이상 건조시킨 뒤 북통을 짜야 틀어짐이나 갈라짐이 없는
북통을 만들 수 있다. 나무를 이어붙이는 북통에는 한 치의 틈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계산을 해서 이어붙이고, 또 매끈한 표면을 만들기 위해서
손대패로 커다란 북통을 깎아낸다.
이렇게 완성된 북통에 국내산 황소 가죽으로 북을 치는 곳을 메우고,
광목을 입혀 단청을 입하면 법고는 완성이 된다.
법고 제작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달려온 박종명 장인은 어려서부터 단청이나
전통 문양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의 것을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과거엔 소고나 장구 등 여러 북들을 다 만들었지만 법고의 웅장한 울림소리에 반해
법고에만 매진하게 되었다는 그는 그래서 다 완성된 법고라도 원하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법고를 만들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법고가 절에 걸려 웅장한 소리를 내기까지!!
악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땀과 정성을 모두 쏟아 붓는 장인의 모습을 확인해보자.
일반인들에겐 낯선 악기인 편종과 편경.
16개의 종과 16개의 경석(옥돌)이 거대한 이 악기는 두께를 조절해서
16가지의 서로 다른 음을 낸다. 이 두 악기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악에 쓰이는 악기로,
종묘제례악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악기다.
음악에도 조예가 뛰어난 절대음감이었다는 세종대왕의 지시로 만들어진 편종과 편경은
수 백 년 동안 연주되어오다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제작법의 맥이
끊겨 버렸다. 그런데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한 이 두 악기를 악학궤범에 따라 복원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 바로 중요무형문화재 제 42호인 김현곤 악기장이다.
편경의 재료인 경석(옥돌)을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3년간 사비를 들여
중국 전역을 다 돌았을 정도로 전통악기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
옥돌의 맑고 청아한 소리에 16개의 음의 높낮이를 맞춰 다듬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편종을 만들려면 우선 돌을 30㎜ 두께로 잘라 거울처럼 광이 나게 갈아야한다.
율관이라는 측정기에 음이 정확한지 맞춰보면서 돌을 깎고 또 깎아야
하나의 음이 완성되는데, 두께가 조금만 얇아져도 음이 내려간다.
편종 또한 편경과 마찬가지로 고려시대 중국에서 들여왔지만,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새롭게 재창조한 악기다.
중국의 편종은 종의 크기로 소리의 높낮이를 조율하지만,
우리나라의 편종은 똑같은 모양의 종을 두께를 달리해 음을 맞춘다.
편종의 소리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는데, 구리와 주석에 소량의 아연, 납, 인을 합금해
주물로 찍어낸다. 범종은 멀리 크게 울리는 게 중요하지만,
편종은 악기이기 때문에 그 울림이 너무 커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조과정이 중요하다. 주물 전문가들과 함께 완성한 종에 소리를 입히는 것이
악기장의 몫이다. 종의 표면에는 문양이 있기 때문에 안을 깎아야 하는데,
타원형이라 깎아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60년 동안 악기를 수리하고 개량하고 만들어 온 실력과 뛰어난 음감으로
조선의 소리를 다시 복원한 팔순의 김현곤 악기장이 옹이 투성이 손으로 빚어내는
청아한 소리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악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피땀 흘리는 그들의 열정과
전통을 잇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는 장인들의 힘들고 고된 현장
그들의 이야기를 9월 4일 목요일 밤 9시 50분, ‘MBN 리얼다큐 숨’에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