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가는 낡은 집, 세 식구의 소원
우리가 힘든 삶을 견뎌낼 수 있는 이유는 나를 지탱해 줄 또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소나무에서는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같은 오래된 집에서 서로의 온기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집안에 화장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원도 영월에 있는 낡은 집. 세 가구가 한 지붕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에 정순호(남편. 62, 중증 시각장애) 씨와 피금혜(아내. 60, 중증 지적장애) 씨, 정 란(딸. 29, 중증 지적장애) 씨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8년째 사는 집은 매우 열악합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작은 방 천장에선 비가 새고, 욕실조차 없어서 샤워하려면 집 밖에 있는 수돗가로 가야 합니다. 가장 큰 불편은 화장실인데요. 이들이 용변을 해결하는 곳은 재래식 화장실이어서 위생 상태가 꽤 좋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추위가 닥치면 금세 세탁기가 얼어서 연일 손빨래해야 합니다.
“앞만 보였어도 무슨 일이든 했을 텐데…”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집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아빠 순호 씨는 중증 시각장애인인데요. 현재 그의 오른쪽 눈은 실명한 상태고, 그나마 보이는 왼쪽 눈마저 각막 혼탁 때문에 앞이 흐릿하게 보일 뿐입니다. 그래서 혼자 다니면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가족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서야 합니다.
일상을 어렵게 보내고 있는 건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금혜 씨 모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중에서도 딸 란이 씨는 밖에선 아빠의 씩씩한 길잡이가 되어주지만, 집에서는 장난감과 캐릭터 인형을 친구삼아 논다는데요. 어려서부터 친구들의 멸시를 받아서일까요? 어느덧 서른을 앞둔 나이지만 딸의 가슴엔 아직도 낫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3년째 집 밖에 나가 거리를 청소하는 봉사활동을 이어 갑니다. 가난과 장애 때문에 수많은 편견을 받아왔지만,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은 순호 씨 가족. 비록 몸은 힘들지만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합니다.
“다 함께 손잡으면 안전하니까요, 서로 잡아주는 거예요”
연일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는 요즘, 순호 씨 가족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서로가 전해주는 온기 덕분입니다. 딸은 연골이 닳아서 움직이기 힘든 엄마의 무릎에 파스를 붙여드리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빠를 부축하며 밤마다 화장실을 오갑니다. 그리고 집을 나설 때마다 딸은 앞을 못 보는 아빠의 손을, 순호 씨는 다리가 불편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걷는데요. 다 함께 손잡으면 안전하다고 여기는 세 식구. 이들은 서로에게 기댄 채 한 가지 바람을 꿈꿉니다. 무너질 걱정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이죠. 추운 겨울이 지나면 찾아오는 따스한 봄. 이 가족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도록 여러분의 온기를 나눠주세요.
낡고 오래된 집에서
따뜻한 보금자리를 꿈꾸는 가족.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