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게 바라는 엄마의 기적
충청북도 진천군, 서로에게 기적이 되어주는 모자가 있습니다. 중증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들 하늘이는 탈북민 엄마의 유일한 가족이자 삶의 이유인데요. 11년간 밤낮없는 간병으로 몸은 성치 않지만, 아들이 작게 웃음 지어줄 때마다 엄마는 힘을 내봅니다. 하늘이 살려준 아들 하늘이가 기적처럼 건강해지기를 꿈꾸는 손예은 씨의 이야기입니다.
“하늘이 살려준 아들이어서 이름이 하늘이에요.
급성 폐농양에 걸리고, 심정지가 왔을 땐 너무너무 막막했어요...”
예은(41) 씨는 아들에게 다정한 안부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매일 아침, 혈압과 체온을 재고 스트레칭을 해주며 굳은 몸과 맘을 활짝 폅니다. 예은 씨의 아들 하늘이(10)는 태어났을 때 저산소성에 의한 중증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살아있는 뇌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안 남았다는데요. 반복되는 폐렴으로 중환자실 입원만 한 해에 10여 차례. 최근에는 급성 폐농양까지 와서 왼쪽 폐가 손상된 상태입니다. 예은 씨는 그런 아들을 11년째 홀로 돌보고 있습니다. 위루관 식사, 관 교체도 척척 해내고, 이발, 목욕, 욕창 관리까지 직접 안아서 하는 강한 엄마인데요. 이제는 엄마만큼 몸집이 커져 버린 아들이 조금 벅차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출산 당시 엄마와 아들 모두 생명이 위험했으나 다행히 고비를 넘겼다는데요. 하늘이 살려줬다고 해서 이름도 ‘하늘이’라고 지었습니다. 어렵게 지켜낸 아들이기에, 예은 씨는 끝까지 아들의 곁을 지켜주려 합니다.
“하늘이를 놓아줘야 하나 싶다가도, 단 하루만이라도 제 옆에 있어 주길 바랐어요.
엄마 위로한다고 살짝 웃어주기도 하는데, 미안하고 대견해요.”
급하게 끼니를 때우다가도 기계가 울리면 바로 아들에게 달려가는 예은 씨. 언제 호흡곤란이나 심정지가 올지 몰라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데요. 119를 기다리는 동안, 직접 CPR로 숨을 돌린 일만 수백 번입니다. 심정지가 3일에 여덟 번씩 왔을 때는 그만 하늘이를 놓아줘야 하나 싶었다는데요. 하지만 하루라도 아들이 옆에 있어 주길 바라는 게 엄마의 마음입니다. 탈북한 예은 씨에게 하늘이는 하나뿐인 가족입니다. 북한에 계신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아들의 치료비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워 눈물만 흘리는 예은 씨. 응급실에 갔다가 열흘씩 입원하는 경우가 잦아 300만 원의 카드빚이 쌓입니다. 기저귀, 물티슈, 석션 관, 거즈, 피딩줄 등 의료용품 비용도 다달이 200만 원 넘게 들어가는데요. 추운 겨울,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오롯이 하늘이를 위해 쓰지만, 턱없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밤새 간병하느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예은 씨의 건강도 좋지 않습니다. 스트레스성 위염과 장염을 안고 사는 데다, 얼마 전에는 폐렴으로 입원까지 했는데요. 엄마의 슬픔을 아는지 하늘이가 살짝 웃어줄 때면, 예은 씨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납니다.
“하늘이는 저를 살게 하는 사람이에요.
엄마가 항상 옆에서 지켜줄 테니까, 같이 씩씩하게 잘 버텨냈으면 좋겠어요.”
예은 씨는 하늘이와의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앨범을 넘기다 보면 힘들지만 기뻤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데요. 대신 아파줄 수 없는 게 가장 미안하다는 예은 씨. 힘겨워하는 하늘이에게 대견하다고, 함께 잘 버티자고, 매일매일 주문을 겁니다. 하늘이가 세상의 수많은 엄마 중 자신을 선택해준 게 예은 씨는 그저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하늘을 바라보며 다짐합니다. ‘하늘이 엄마’로서 이 기적 같은 만남을 오래오래 지켜내겠다고.
서로의 곁을 지키며 기적을 꿈꾸는 두 모자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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