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꽃게는 예부터 몸에 좋은 약으로 쓰여 왔다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좋은 음식, 꽃게! 지금은 알이 꽉 찬 암컷 꽃게가 제철이다. 단단한 껍데기에 양기를 담고 있는 꽃게에 새우를 함께 넣어 먹는 꽃게탕은 남자들의 스테미너에 좋고, 싱싱한 꽃게 알은 노인들의 기력회복과 치매예방에 좋다는데. 다양한 꽃게 요리와 함께 알아보는 건강상식이 가득한 여행을 떠나보자.
몽산포는 지금, 남자들에게 최고라는 알이 꽉 찬 꽃게가 풍년!
서해안 몽산포는 지금 알이 꽉 찬 꽃게가 풍년이다. 늦봄부터 시작된 꽃게잡이가 지금까지 대풍을 맞이하고 있다는데. 몽산포에 가서 우연히 꽃게잡이 배를 얻어탔다. 먼 바다에서 잡히는 다른 지역의 꽃게와 달리 몽산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꽃게는 영양분이 풍부한 천수만 지역에서 잡히기 때문에 게살이 통통하며 껍데기가 단단하고 청록색의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금 잡히는 꽃게는 알을 가득 품고 있어 그 맛이 더욱 좋다는데. 하루 남짓한 조업이 끝나면 항구로 돌아오는 꽃개잡이 배들은 연일 만선을 이룬다. 몽산포 근처 식당에서는 남자에게 최고라는 꽃게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꽃게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새우를 넣은 꽃게 새우탕은 남자의 스테미너식으로는 최고라는데. 여기에 양념게장과 꽃게칼국수까지 더해지니 보기만 해도 기력이 솟는 한 상이 차려졌다
전통을 이어온 고택의 특별한 꽃게 밥상!
꽃게를 먹고 원기 충전도 됐겠다, 온 몸에 힘이 솟는다. ‘그 옛날 사람들은 꽃게를 어떻게 먹었을까’ 하는 생각에 충청도에서도 소문난 고택, 유기방 가옥으로 향했다. 송림이 우거진 낮은 야산을 뒤로 하고 자리 잡고 있는 유기방 가옥은 1900년대 초 건립된 고택으로 서산지역에 몇 남지 않은 양반 가옥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나이 든 어른들과 나이 어린 어린이들이 씹어 먹기 좋게 하기 위해서 꽃게 살을 모두 발라내어 요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꽃게 요리의 간을 약하게 하는 것도 건강을 생각한 하나의 방법이라는데. 여기에 배추로 양념을 해서 버무린 꽃게 김치와 임금님께 진상되었다는 꽃게 감정, 여기에 충청도 고유의 향토 음식이라는 게국지의 또 다른 모습인 호박을 넣은 게국지까지 만들어내는 손길을 보고 있자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택에서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온 꽃게밥상을 받으니 꽃게요리가 이렇게 귀한 음식으로 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놀랍기만 하다
밤에 잡는 꽃게와 낙지, 그 특별한 만남!
태안 안면도로 향했다. 안면도 앞 바다에는 밤에만 나타나는 보물이 있다는데. 그 보물이 뭔지 궁금해 밤늦게 물 빠진 바다로 향하니 여기저기서 함성소리가 들린다. 알고 보니 컴컴한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 일행들의 소리였는데. 저마다 손전등을 쥐고 바다를 비추니 바닷속에서는 꽃게와 낙지, 돌게가 모여든다. 예전에는 횃불을 이용한 해루질이라는 방법으로 고기를 잡았지만, 지금은 횃불보다 쉬운 손전등을 이용해 고기를 모여들게 해 잡는다고 한다. 이렇게 고기를 잡는 날이면, 어김없이 마을에서는 보양식으로 한상이 거하게 차려진다. 갓 잡은 낙지에 꽃게, 돌게를 넣고 끓인 낙지 꽃게탕은 무더위가 오기 전, 태안 사람들이 꼭 먹었다는 보양식 중 하나다. 여기에 싱싱한 꽃게를 썰어 무친 꽃게무침과 꽃게 알 젓은 노화방지에 특효라는 귀한 음식이다.
진도의 특별한 꽃게잡이 현장을 가다!
꽃게라고 하면 보통 서해안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전라남도 진도도 꽃게로 유명하다. 전국 꽃게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도의 꽃게잡이는 서해안의 방식과는 다른데. 서해안에서 그물을 이용해 꽃게를 잡았다면 진도에서는 통발을 이용해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바다로 나가 꽃게를 잡는다. 진도의 가장 끝 쪽에 위치한 서망항에서 꽃게잡이를 보고, 돌아오는 길, 배 위에서는 진도 사나이들만의 방식으로 소박한 밥상이 차려진다. 밥상의 메뉴는 바로 꽃게찜! 진도 바다 사나이들이 먹는 꽃게찜은 단백질 보충에 그만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힘든 꽃게잡이 작업 중에도 다들 기운이 넘쳐 보인다. 진도의 특별한 꽃게잡이를 보고 항구로 돌아오니 꽃게 분류작업이 한창이다. 분류작업이 끝나고 이뤄지는 꽃게 경매! 한 평생 살면서 볼 꽃게를 이곳에서 다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꽃게가 한 가득이다. 이 수많은 꽃게도 조금 있으면 금어기가 되어 한동안 구경을 하지 못한다고 하니, 뜻밖의 행운에 감사할 따름이다
관매도, 아름다운 섬에서 만난 꽃게와 톳의 건강밥상!
진도에서 배로 20여분을 나가면 관매도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 관매도는 지금 톳이 제철이라는데. 마을 사람들은 새벽부터 톳을 채취하느라 바쁘기만 하다. 아침나절 톳 채취가 끝나면 여기저기서는 톳을 말리느라 분주하다. 지금 나는 톳을 바로 말려야 그 맛이 더욱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톳을 캐는 철이 되면, 진도에서 많이 잡히는 꽃게와 함께 음식을 해 먹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여자들에게 특히나 좋은 톳은 꽃게와 어우러지면 독특한 맛을 낸다는데. 꽃게 톳 찜은 진도 바다의 향을 가득 담은 것은 기본이고, 여자들의 건강에 좋다고 하니 맛과 영양,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갓 지은 톳밥에 꽃게 미역국까지 곁들여지면 젊고 예쁘기로 소문난 관매도 여자들의 건강비결이라는 꽃게 톳 밥상이 차려진다.
예전부터 건강에 좋아 약으로도 사용되었다던 꽃게의 다양한 맛과 이야기를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꽃게와 함께 살아가며 행복한 웃음과 건강까지 지켜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전해준 이야기와 특별한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