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앞에선 언제나 천하장사인 어머니
전라남도 곡성, 대봉감이 주홍빛으로 익어가자, 산골 마을에서 가장 바쁜 이호순 (84세) 어머니. 일만 붙들면 천하장사가 되는 그녀는 작은 체구지만, 묵직한 감 박스에 20kg이나 되는 퇴비를 혼자서 척척 옮긴다. 그 옛날 삼 형제의 ‘엄마’가 된 그 순간부터 세상 어떤 일도 두렵지 않았다는 호순 씨. 벌채업 하는 남편을 따라 산을 누볐고 장정도 힘들어하는 숯까지 구웠다. 오로지 자식만은 좋은 세상을 살게 하리라는 열망 하나로 종종걸음친 세월. 그 덕분에 산골 마을에서 처음으로 아들 셋 모두 대학 공부를 시켰지만, 어머니는 허리가 ‘기역’ 모양으로 굽어갔다. 20여 년 전, 보다 못한 남편이 호순 씨를 위해 산골에 대봉감을 심었다. 철마다 텃밭을 쫓아다니느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니, 일품이라도 줄일 요량에 일 년에 한 번 수확하는 감밭을 마련한 것. 그 덕분에 해마다 대봉감을 수확하는 11월이 되면 일 도와주러 온 자식들로 시골집이 시끌벅적하다.
# 대봉감처럼 든든한 열혈 효자
2년 전 가을,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 남은 호순 씨. 인생 동반자와의 이별로 힘들었지만, 틈날 때마다 찾아오는 둘째 아들 덕분에 기운을 찾았다. 어릴 때부터 서울로 유학 간 장남을 대신해 집안일을 도왔던 둘째 김정하(60) 씨. 1년 중 100일 이상을 고향 집에서 보낼 정도로 그 효심이 애틋하다. 2년 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던 날, 아버지의 마지막 체온을 부여잡고 어머니만은 허망하게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지키고자 400여 평 산골 밭에 대봉감이 주렁주렁 열리자, 아내와 함께 매주 출근 도장을 찍는 아들. 일을 붙잡고 사는 어머니를 말리고, 밤마다 허리가 아파서 끙끙거리는 어머니를 돌봤다. 더구나 자존심 강한 어머니의 주머니 사정을 챙기고자, 직거래로 감 판매까지 모두 도맡아 한다. 이런 열혈 효자를 남편으로 둔 탓에, 감밭에서 한 계절을 보내는 며느리 이정영(54세) 씨. 분명 힘들고 고단할 텐데도, 그런 내색이 없이 묵묵히 일만 한다. 그런 며느리가 고맙고 또 미안한 어머니. 뭘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도, ‘괜찮다’며 사양하니 오히려 애가 탄다.
# 감 수확을 끝내자마자 아들의 폭탄선언
올해는 폭염으로 농사짓기 어려웠다는데, 호순 씨의 감밭은 그야말로 풍년이다. 남편 떠난 빈자리를 보려니 서글펐던 그녀가 쉬지 않고 밭에다 퇴비를 뿌렸기 때문. 그래서 아들 정하 씨는 주렁주렁 열린 대봉감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 아프다. 허리가 아픈 어머니가 홀로 20kg이 되는 퇴비를 끌고 비탈진 언덕에 올랐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머니께 일하지 마시라고 신신당부해도, 마음이 편치 않은 아들. 감 수확을 끝낸 어느 날, 내년에 회사 그만두고 어머니 곁에 눌러살 거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아들 마음이야 고맙지만, 며느리에게 너무나 미안한 어머니. 안 그래도 팔자에 없는 농사짓느라 고생한 며느리가 독수공방까지 하게 됐으니, 어머니의 고민이 점점 깊어져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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