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으로, 20년!
자연인 장석오
낙엽이 소복하게 쌓인 길 아래엔 한 사람만 누워 쉴 수 있는 작은 오두막이 있다.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엔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이곳에서 남자는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잠을 잔다. 원래 자연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그의 입가엔 평온한 미소만이 가득한데.
자연인 장석오(80) 씨는 처음부터 자연생활을 결심하고 이곳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잠시 쉬어 가고자 누웠던 산중의 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 위에 움막을 지었다. 그러다 뭐라도 건강하게 먹고 싶어 텃밭을 일구게 되었고, 오로지 나무만을 사용하여 얼기설기 지은 오두막에 부엌까지 만들어 살다 보니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화학공학과 학사 과정까지 마친 그는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를 오가며 남들보다 두 배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 그의 뒤엔 항상 빛나는 도시의 네온사인이 있었는데. 50대 중반쯤이었을까? 이상하리만큼 감기가 한 달을 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겠거니 하고 무작정 버텼다. 그런데 고열이 나기 시작했고,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에 방문했다. 검사 결과는 간농양. 의사는 원인을 찾지 못했고, 간에 고름이 차 환청과 환각 증상까지 나타나며 결국 호스 다섯 개를 꽂는 대수술이 진행됐다. 가까스로 퇴원한 후, 벌초하기 위해 찾아온 고향 산 나무 그늘에서 숨을 돌렸던 장석오 씨는 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는데. 돈을 벌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받은 스트레스가 끝내 병이 되었지만, 이곳 자연에 들어오고 나서는 모든 게 아무렇지 않아졌다.
자연에서의 그는 매일 천연 먹거리를 채취하고, 몸에 좋다는 작물을 길러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밥에 넣어 짓는다. 치매 예방을 위해 CNN 방송을 보며 모르는 영어 단어가 생기면 곧장 수첩을 열어 옮겨 적는다.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튼튼한 다리와 맑은 눈. 발밑에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배경음 삼아 풍성하게 매달린 감을 따 먹으며 남자는 말한다. “돈도 필요 없어요. 살아보니 건강이 최고예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은 어느덧 그의 손안에 있고. 평화롭기만 한 내일도 여기에 있다. 걸어 다니는 장수 백과사전, 자연인 장석오 씨의 이야기는 2024년 11월 27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