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여름특집 ⑨
오랜 역사가 만들어 낸 섬. 강화도의 맛과 이야기
무더운 여름도 이제 그 끝을 향해 달려간다. 맛있는 여행의 여름특집 그 마지막 여행지는 바로 갯벌이 살아 숨 쉬는 곳, 강화도다. 서울에서 약 30km 거리에 자리한 섬, 강화도에서의 마지막 여름 이야기를 함께 해 보자.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강화도!
강화도는 역사가 깊은 곳이다. 삼국 시대 때부터 백제와 고구려의 중요한 요충지였으며, 고려시대에 와서는 몽골의 침략을 당해 몽골군과 대치하면서 나라를 지킨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몽골과 항쟁하던 흔적들이 성곽 곳곳에 남아있는 강화도. 조선시대에는 오랑캐의 침입과 서양 세력에 맞서 싸운 중요한 요새 중 하나였다. 강화도 백성들은 외세에 대항해 늘 나라를 지켜냈던 용감한 백성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초지진, 광성보, 덕진진 등 강화도의 문화유적지를 둘러보니 나라를 지켜냈던 조상들의 혼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강화도 갯벌 속에 장어가 있다?!
강화도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갯벌이다. 드넓은 갯벌은 강화도 바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갯벌이 많은 강화도에 조금 특이한 녀석이 살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장어! 갯벌에도 장어가 살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장어양식장으로 향했다. 정말 놀랍게도 바다에서만 봤던 장어가 갯벌에서 꿈틀꿈틀 거린다. 갯벌에서 자란 장어는 갯벌 속 미네랄을 먹고 자라 그 맛이 더 좋고, 영양가도 많다고 한다. 주인아저씨는 늦여름에 이만한 보양식이 없다며 갯벌 장어를 잡아 맛을 보여준다. 비린내가 전혀 없는 담백하고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제 다가오는 가을까지 거뜬할 거라는 주인아저씨의 말씀에 힘을 내어 다음 목적지로 떠난다.
시원한 묵밥 한 그릇에 날아가는 늦여름 더위!
배도 든든히 채웠겠다. 강화도를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강화도의 대표적인 계곡인 함허동천은 멋지게 떨어지는 폭포가 유명하다. 오랜 가뭄으로 올해는 그 물줄기가 많이 약해져있어 아쉽기만 하다. 계곡 옆에 자리한 동막 해수욕장은 넓은 갯벌이 백사장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역시 강화도는 갯벌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강화도의 넓은 갯벌을 신나게 즐기는 사람을 만났다. 갯벌에서 조개도 잡고, 뛰어 놀았더니 힘이 빠진다. 시원한 물 한 모금이 간절한 순간 묵밥집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묵밥은 강화도의 대표음식. 고소한 도토리묵 쑤는 냄새가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묵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직접 담은 김치에 아침 쑨 묵, 그리고 다양한 양념장과 살얼음 동동 띄워진 육수가 합쳐지면 늦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묵밥이 완성된다. 여기에 쫀득한 맛이 독특한 묵전까지 맛봐야 진짜 강화도의 맛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오직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왕골 채취와 강화도 화문석 만들기!
강화도에서 유명한 것은 바로 화문석이다. 특히 화문석의 주재료인 왕골은 여름이 아니면 수확할 수 없다고 한다. 화문석 마을에서는 막바지 왕골수확으로 바쁘다. 왕골 수확은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새벽부터 시작된다. 집집마다 왕골 수확하는 날이 되면 서로서로 일손을 돕는다. 왕골을 수확 할 때 가장 힘든 일은 바로 왕골을 말리 일. 연탄불로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왕골을 찌어낸다. 땀이 뚝뚝 비 오듯 떨어지지만 화문석을 만들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작업 중 하나다. 완성된 왕골은 마을 아낙네들의 손에서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승화된다. 은은한 색과 특이한 모양이 화문석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직 이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없는 게 없는 강화 풍물시장! 젓국갈비로 강화도를 맛보다
강화 풍물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인심 좋게 생긴 시장 아주머니는 강화도의 특산품, 순무로 담은 김치 맛을 보여주신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시장 한편에서 새우젓을 사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새우젓을 어디에 쓸 건지 물었더니 집에 큰 잔치가 있어 젓국갈비를 만든다고 한다. 강화도의 전통음식이라는데 그 맛이 궁금해 아주머니를 따라 나섰다. 미리 재워둔 돼지고기에 새우젓과 각종 채소를 넣고 맑게 끓여내는 젓국갈비는 강화도 사람들이 큰 잔치 때나 먹을 수 있었던 음식. 개운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젓국갈비를 맛봐야 진짜 강화도를 맛본 거라는 아주머니의 말씀. 젓국갈비에는 강화도의 맛이 가득하다.
고려인삼의 원산지. 강화인삼을 지켜내는 사람들!
강화도는 인삼이 유명하다. 해풍을 맞고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강화 인삼. 알고 보니 강화도는 그 유명한 고려인삼의 원산지란다. 고려 고종 때부터 재배하기 시작해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인삼의 본거지인 개성 사람들이 강화도로 피난 와 정착해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삼을 키우고 있는 한 마을. 마을 사람들은 낮이나 밤이나 인삼 도둑으로부터 인삼을 지켜내는데 열심이다. 그만큼 귀한 몸값을 받기 때문이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어르신들 몸보신을 위해 인삼잔치가 열린다. 인삼김치부터 인삼튀김, 인삼 무침까지 인삼으로 이렇게 다양한 요리가 나올 수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해마다 열리는 인삼잔치. 남은 올 한해도 건강히 보내고, 인삼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린다는데 이 마을에는 인삼이 효자라는 어르신들. 인삼으로 정을 나누며 건강하게 살아간다니 이만한 효자가 없는 것 같다.
최고의 갯벌이 살아 숨 쉬는 곳, 동검도!
강화도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갯벌이 넓게 펼쳐진 동검도가 나타난다. 동검도는 자연 그대로의 갯벌이 보존되어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검도의 8가지 보물은 모두 갯벌이 내어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마을 사람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흰이빨갯지렁이는 동검도의 갯벌이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한다. 주로 낚시의 미끼가 되는 흰이빨갯지렁이는 보통 그 길이가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다. 동검도의 늦여름은 중하라 불리는 새우 잡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물때가 맞으면 아침부터 나가 새우를 잡고 돌아오는데 동검도 새우는 특히 그 맛이 더 달달한 것이 특징이다. 이 모든 것이 다 갯벌 덕분이라는 사람들. 갯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동검도 사람들. 그들의 자연이 가득담긴 밥상을 맛본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섬, 천혜의 갯벌이 살아있는 곳, 강화도. 드넓게 펼쳐진 강화도 갯벌은 바다를, 사람을, 자연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줬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다가올 가을을 지혜롭고 힘차고 건강하게 준비하는 강화도 사람들의 이야기. 오랜 역사가 만들어 낸 섬. 강화도의 오래된 맛과 이야기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