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집 간판 달았습니다
자연인 김우식
황금빛 단풍이 산을 물들이고, 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발밑을 채우는 곳. 이곳에서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말투가 매력적인 김우식 씨(68)를 만났다. 야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단숨에 커다란 나무에 올라타는가 하면, 거침없이 나무를 깎아내는 그의 손길에서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그가, 이제 자신을 위한 작은 숲속 황토집에서 되찾은 힐링 가득한 산골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자연인. 양계사업을 하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엔 배고픔 없이 자랐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 무렵, 양계사업이 망하면서 온 가족은 서울로 도망치듯 이사해야 했다. 당시 형편은 넉넉지 않았고, 공부에도 특별한 취미가 없던 자연인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간판 일을 하던 형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는데. 그 시절, 간판 작업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수십 층 높이의 고층 건물 외벽에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직접 간판을 달아야 하는 등 오직 사람 손에만 의지한 고된 노동이었다. 서울의 유명 영화관부터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 간판을 달러 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만큼 바쁘게 돌아다녔고, 그 때문에 세 아이가 자라는 모습은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 집안일은 모두 아내에게 맡기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항상 남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잘 풀릴 때는 한 달에 3천만 원까지 벌기도 하였으며,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맡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단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때로는 수천만 원의 공사비를 떼이기도 했고, 동료가 간판을 달다 추락해 목숨을 잃는 충격적인 순간도 경험해야 했다는데. 그렇게 30년 넘게 해온 일이 서서히 새로운 트렌드로 바뀌어 가면서, 그는 발 빠르게 변신하고 확장을 시도했지만, 그 새로운 기술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다. 나이를 이길 수는 없었고, 세월은 그렇게 모든 걸 변하게 만들었다. 그 무렵, 아내의 고향에 산을 살 기회가 찾아왔다. 사실 아내와 자연인은 20대 때 등산 동호회에서 만났을 정도로 산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부부였다고. 간판 일이 없을 때면 전국 곳곳의 산을 다니며 산의 고요함과 자연이 주는 쉼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자연인. 그런 그에게 아내의 고향인 이곳의 삶은 한 번쯤 꿈꿔왔던 공간. 드디어 이곳에 자신만의 작은 숲속 집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는데.
해발 600m 산자락에 위치한 이곳. 전기와 수도는 없지만 자연인이 정성으로 손수 가꾼 공간이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산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테라스, 손주에게 깜짝선물로 준비한 직접 깎아 만든 나무 그네와 자연인의 풍성한 마음을 닮은 텃밭까지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친환경적인 황토벽과, 옛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주방은 그의 취향이 가장 잘 담긴 곳이라 더욱 특별하다. 이곳에서 과거 음식점을 했던 경력을 살려 승윤을 위해 환절기 보신용 소머리곰탕을 준비했다는 자연인. 또 화장실이 없어 난감해하는 스태프들을 위해 임시 화장실을 만드는가 하면, 설거지 당번을 정하기 위해 화살로 사과를 맞추는 게임을 벌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데. 인생 가장 여유롭고 따뜻한 자신만의 계절을 맞이한 자연인 김우식 씨의 이야기는 2024년 11월 20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