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흔히 삶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넘어짐으로 인해 일어설 힘을 갖게 되듯이, 시련을 극복하는 힘은 사랑에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번 소나무에서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스스로 걷지 못해도, 가난 속에서 삶을 지탱할 때도 사랑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70대 노부부를 만나 봅니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살아온 부부”
남편 고중규 씨(만 70, 지체장애 경증, 말초 다발신경병증)와 아내 김말선 씨(만 77, 지체장애 경증)는 20년 전 각각 이혼과 사별의 아픔을 딛고 만났습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부지런함이 몸에 밴 덕분일까요? 공사장과 봉제 공장에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부부 명의로 된 작은 집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행복은 늘 가까이 있는 듯했습니다.
“옥상에서 떨어진 아내, 그리고 공사 현장에서 머리를 다친 남편”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었을 정도로 늘 규모 있게 살림을 꾸려온 아내 말선 씨. 하지만 그 알뜰함이 화근이 될 줄 몰랐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는 대문 열쇠가 없자 수리공을 부르는 대신 옆집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당시 살던 집 마당과 옆집이 인접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옥상 난간을 짚고 내려오던 아내는 그만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치고 말았습니다.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공사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추락한 구조물에 머리를 맞아서 다친 겁니다. 그 후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규 씨. 결국 부부는 급격하게 늘어난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아야만 했고, 지금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또다시 찾아온 불행,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
하지만 화부단행(禍不單行)이라고 했던가요. 최근 들어 부부에겐 또 다른 불행이 연이어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척추 수술을 받은 아내가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면서 발가락이 괴사한 건데요. 결국 왼쪽 가운뎃손가락과 양쪽 발가락을 모두 잘라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옥상에서 떨어졌을 때 머리를 다친 후유증인 걸까요? 최근 들어 말선 씨의 기억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다 남편조차 못 알아볼 때가 많은데요. 그때마다 남편은 죽을 때까지 아내를 곁에서 보살피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내의 손과 발이 돼 주는 남편”
발가락 절단 수술 이후 집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는 아내 말선 씨. 게다가 발가락이 없다 보니 서서 중심을 잡는 것도, 발을 디디고 걷는 것도 부쩍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남편 중규 씨는 아침마다 아내의 세수를 돕거나 간단한 재활 운동을 거드는 등 그녀를 보살피는 데에 여념이 없습니다. 또 움직이기 어려운 아내를 위해 집안일도 전담하고 있는데요. 설거지부터 장보기까지 모두 그의 몫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활비가 빠듯해도 말선 씨가 좋아하는 생선을 사다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아내에 대한 남편의 애정은 변함없습니다.
“저 사람이 빨리 다 나아서 일어나는 거 제 소원은 그것뿐이에요”
하지만 나날이 쇠약해지는 아내의 모습만 보면 가슴이 저리다는 중규 씨. 말선 씨 역시 자신을 보살피느라 고생하는 남편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70대 노부부의 소원은 단 하나입니다. 나보다 당신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건데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힘들어하는 당신 곁에서 위로가 되어 주겠다고 말이죠.
서로의 곁을 지키며 살아온
70대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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