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지호는 할머니의 버팀목
경기도 화성시, 발가락이 다 붙은 채로 할머니에게 오게 된 한 아이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손자의 발가락을 수술시켜 주고 싶지만, 능력이 되지 않아 못 해주는 게 마음에 걸린다는데요. 중증 시각장애에 심근경색, 15년 전부터 신장 투석 중인 몸으로 손주를 돌보는 송미숙 씨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당뇨로 인해 지금 시력을 잃어서 희미하게 물체만 보일 정도예요
또 신장 투석 등 아픈 게 다 겹쳐서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예요..”
이른 아침, 미숙(57) 씨는 곤히 잠든 손자 지호(4)를 깨웁니다. 잠투정을 부려도 곧장 할머니 말을 들으며 화장실로 가는 지호. 딱히 가르친 게 없어도 뭐든 스스로 알아서 하는 기특한 손주이지만,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입니다. 미숙 씨는 뭐든 다 해주고 싶지만, 건강하지 않은 몸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데요. 미숙 씨는 과거 막내아들을 낳고 임신성 당뇨를 앓았습니다.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요. 약 18년 전 심해져서 나중에 눈이 출혈이 왔고, 결국 녹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오른쪽 시력은 완전히 없어졌고 왼쪽 시력은 10번 정도 수술해서 조금 살렸습니다. 약간 사물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인데요. 조형술 치료를 받다 보니 심장, 콩팥까지 안 좋아졌습니다. 결국 콩팥이 망가져 15년 전부터 투석하고 있습니다. 신장 이식은 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는 미숙 씨.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감염 후유증으로 폐에 물이 차서 병원에 갔더니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었는데요. 응급 수술 이후 협심증 시술까지 받았는데요. 현재 스텐트를 두 개 박은 상태지만, 혈관이 꽉 막힌 한 곳이 남아 있습니다. 뚫다가 잘못될 수가 있는 위험이 있어서 두고 있지만, 갑자기 응급으로 실려 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합니다. 또 1년 전부터 다리가 매우 저리고 아팠었는데요. 혈관이 꽉꽉 다 막혀있어 시술했지만, 현재 아픈 증상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몸이 다 아픈 미숙 씨지만, 4살 손주 지호를 생각하면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만져보면 지호 발가락 상태가 좀 안 좋아요.
마음이 아파요. 다른 애들하고 (발이) 다르니까 나중에 커서 상처받을까 봐..”
미숙 씨는 지호를 챙겨주는 과정에서 마음대로 안 되어 답답할 일이 많은데요. 그릇은 유리를 거의 안 놓다시피 하고 플라스틱만 놓고 있습니다. 칼이나 가위 등은 잘 쓸 수가 없어 흔한 김치 하나 썰어보려고 해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반찬 투정도 크게 할 줄 모르는 지호. 할머니가 돈이 없을 땐 하얀 밥에 물만 달라고 한다는데요. 그래도 미숙 씨는 손주에게 많이 먹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불안하지만, 사랑을 담아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이제 옷을 입혀야 하는데요. 옷의 앞, 뒤를 구분하기 어려워 지호가 대신 알려주고 있습니다. 입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데요. 바지까지 입히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문을 나서는 미숙 씨에게는 큰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지호의 발가락인데요. 태어날 때부터 발가락이 다 붙은 채로 태어난 지호는, 평생 걷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돌 전에 혼자 걸음마를 뗐다고 합니다. 지호가 걸었을 때 너무 기뻐 울었다는 미숙 씨. 호기심도 말도 많은 지호의 밝은 보면 웃음만 지어지는데요. 집에 돌아와 많은 약을 먹으며 많은 병치레를 견디는 미숙 씨. 오랜 시간 계속 누워만 있으며 무기력한 날들을 보냈지만, 지호를 만나고 다시 일어서게 되었는데요. 일으켜 세워주고 살아갈 힘을 준 지호에게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고입니다.
“지호 얼굴은 몰라요. 지호가 태어났을 때도 내 눈이 나빴으니까.
지금도 보고 싶은데 항상 궁금해요, 매일..“
지호는 언제나 할머니와 놀고 싶은데요. 몸이 편치 않은 미숙 씨에게는 힘겨운 일입니다. 남들은 거뜬히 밀어주는 그네조차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어려운 미숙 씨. 결국 지호는 힘껏 투정을 부리면서도 혼자 그네를 타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품고 집에 돌아온 두 사람. 미숙 씨는 기력 없이 누워 지호에게 물 한 잔을 부탁하는데요. 지호는 작은 손으로 익숙하게 물을 타서 애교를 부리며 컵을 건넵니다. 기꺼이 할머니의 눈과 손이 되어주는 기특한 지호인데요. 어린이집에서 가져온 가정통신문을 받은 미숙 씨는 거꾸로든지 조차 모릅니다. 며칠 후 제작진의 도움으로 병원을 찾았는데요. 지호는 태아 상태에서 손과 발이 형성되는 시기에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발가락들이 서로 붙어 있는 부분들이 그냥 균일하게 붙은 게 아니라 얼기설기 붙은 상태인 지호. 커가면서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다른 발에 정신적인 콤플렉스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숙 씨는 당장 수술비조차 없어 답답할 노릇입니다. 무더운 여름, 지호의 발을 씻겨주는 미숙 씨. 지호는 혼자 터득해 양치질도 하지만, 비누칠이나 샴푸는 아직 도움이 필요한데요. 옛날엔 잘 보이지 않아 지호가 서툰 할머니의 손길에 울었지만, 이제는 가만히 목을 숙인다는데요. 오늘도 대견하게 물의 온도도 잘 알려주는 지호. 미숙 씨는 지호의 발가락이 자꾸만 신경 쓰입니다. 다 씻고 나와 로션을 발라주며 지호의 얼굴을 만져보는 미숙 씨. 손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눈코입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데요. 지호의 얼굴이 제일 보고 싶다는 미숙 씨. 그녀에겐 지호가 제1호 보물이라는데요. 사랑받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사랑을 마음껏 주고 싶다는데요. 할머니에게 대신 눈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호, 그런 지호가 나이에 맞지 않게 철이 들어 너무 안쓰럽다는 미숙 씨. 앞으로 함께 오랫동안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서로의 등불이 되어주는 두 사람의 앞길에 환한 빛이 비칠 수 있을까요?
서로의 길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할머니와 손주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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