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서 희망을 꿈꾸는 열여덟 살 은채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설렘에 가득 차 있을 열여덟 어린 나이, 두 어깨에 아픈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한 여고생이 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인 은채(18)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치매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아버지인 정기훈(48) 씨는 4년 전 골반과 다리를 이어주는 관절 부위가 괴사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진단받고 두 번의 큰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그 후,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움직이기조차 힘들어지면서 일자리마저 끊어져 버렸는데요. 지독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뭐든 가리지 않고 일하고 싶지만, 마음 같지 않은 건강 상태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하나뿐인 딸 은채는 그런 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돼 드리고 싶어 학교가 끝나면 동네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요.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 싶은 마음에 벌써 2년째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며 애쓰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학교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울 열여덟 어린 나이. 하지만 은채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기억과 기력을 잃어가는 할머니를 돌보고 집안일을 챙기느라 제대로 쉴 틈이 없습니다. 은채의 할머니 홍유희(81) 씨는 척주가 굽어서 펴지지 않는 척주후만증으로 심각하게 등이 굽은 상태인데요. 거기에 사고로 수술한 다리에 염증까지 생기면서 거동조차 힘들어진 할머니는 갈수록 심해지는 치매 증세 때문에 손녀인 은채의 보살핌이 절실합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빈자리를 빈틈없이 채워주셨던 할머니이기에 은채는 점점 연약해져만 가는 할머니의 건강이 늘 걱정인데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기운을 내주시기를, 더 오래 함께 있어 주기만을 바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할머니 곁을 지킵니다.
“창문조차 열기 힘든 반지하 집에 세 들어 산 지도 벌써 10년 정도 됐어요.
그런데 재개발 때문에 곧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라 앞이 캄캄합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어린 나이에 가족들의 병원비와 생활비 걱정이 늘 먼저인 딸 은채를 볼 때마다 아빠 기훈씨는 늘 가슴이 찢어집니다. 일자리를 얻어 은채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고 미안한데요.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 막막한 현실 때문에 지금껏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것 없는 하나뿐인 소중한 딸. 아버지로서 힘이 돼줘도 부족한 시기에 오히려 자신 때문에 더 큰 짐을 짊어준 것 같아 늘 죄책감에 눈물을 떨굽니다. 그래도 딸의 힘겨운 일상을 뭐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할 수 있는 집안일들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보려 애쓰는데요.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나아지진 않고 점점 더 막막해져 가는 날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10여 년간 세 들어 살아온 반지하 집을 곧 비워줘야 한다는 겁니다. 길거리의 먼지와 물기가 새어 들어와 창문조차 제대로 열 수 없는 낡고 오래된 반지하 집. 어린 딸과 몸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살기엔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지금껏 비교적 낮은 월세 덕분에 참고 견디며 살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불어가는 병원비 때문에 빚이 늘면서, 최근엔 전기 요금과 가스요금까지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진 상태다 보니 이사는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아빠는 이런 절박한 상황을 딸 앞에서만큼은 티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써보지만, 일찍 철이 들어버린 딸 은채는 어떻게든 힘을 보태보고 싶은 마음에 걱정, 고민이 끊이지 않는데요. 아빠는 어린 딸에게 가족이 족쇄가 되어버린 것 같아 늘 속상하고 미안해 눈물 마를 날이 없습니다.
“가족은 저에게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주는 소중한 존재예요.
그래서 딱히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가족이니까요”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스스로 짊어진 가장이라는 무게. 열여덟 살인 여고생이 홀로 짊어지기엔 버겁기도 한데요. 하지만 은채는 가족이기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하루를 버티며 살아갑니다. 자신의 꿈과 미래는 뒤로 미뤄둔 채, 언제나 아픈 아버지와 할머니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열여덟 여고생 은채.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자신의 보살핌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지금 자신이 겪는 아픔과 힘겨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픈 가족들을 챙기느라 늘 바쁜 삶을 사는 열여덟 살 은채는 지금껏 자신을 지켜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공부와 아르바이트, 가사 일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가끔은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은채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인데요. 하루빨리 어른이 돼 할머니와 아빠를 조금 더 풍족하게 모시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는 은채. ‘내일’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은채는 언제쯤 자신의 꿈을 향해 날개를 펼 수 있을까요?
아픈 아빠와 치매 할머니를 보살피는 열여덟 살의 여고생 가장.
그런 딸에게 미안해 눈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빠.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나는 삶을 향해 날개를 펴는 부녀의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