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양호의 베테랑 어부 부부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는 소양호, 40여 년 차 어부인 정영섭(63세), 김금순(62세) 씨 부부가 삶을 일군다. 컴컴한 새벽 3시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이들은 장어, 메기, 동자개 등 민물고기를 잡고 매운탕을 끓인다. 옆 동네 파로호 어부인 아버지를 도와 초등학교 때부터 배를 탔던 영섭 씨. 달을 보며 풍어 시기를 예견하고, 물의 흐름에 따라 그물을 놓는 등 고기 잡는 데 도사다. 그런 영섭 씨 곁에서 부지런히 손발을 맞추는 아내, 금순 씨. 남편이 그물을 걷어 올리면 아내가 고기를 선별하는데, 말하지 않아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자식들 먹이고 키우려고 드넓은 호수를 부지런히 오갔던 이들. 한때는 꽤 쏠쏠한 벌이를 자랑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자꾸만 늘어나는 생태교란종 블루길과 호시탐탐 부부의 그물을 노리는 가마우지가 걱정거리다. 며칠 묵직했던 그물을 보며 ‘고기 선별을 어떻게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한 영섭 씨. 그러나 터지고 뜯겨서 홀쭉해진 그물을 보자 마음이 급해진다.
# 산전수전을 겪으며 달라진 남편의 세상
부모에게 물려받은 성실함으로 남보다 배나 부지런한 천생 일꾼인 영섭 씨. 그러나 젊은 시절의 혈기로 좌충우돌하다가 5년간 고향을 떠나기도 했다. 그때 열심히 미장일을 배웠지만, 허리를 다치면서 다시 고향에 돌아와 어부가 됐다. 10년 전 자식들 결혼시키고 숨 좀 돌리려고 하자, 집에 불이 났다. 아내와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잿더미가 된 터전을 재건하고자 악착같이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영섭 씨. 크게 아프고 나니, 세상 모든 게 걱정거리다. 어업과 식당 일을 놓지 못하는 아내도, 여든이 넘어도 고기 잡는 부모도, 모든 게 눈에 밟힌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부모를 쫓아다니며, ‘일하지 마시라’라고 만류하고 아내의 일을 줄여주고자 안간힘이다.
# 부부의 동상이몽, 모두 당신을 위해
가난한 친정집 입 하나 줄여주고자 열여덟 살에 시집온 금순 씨. 시동생들과 시부모, 시할머니까지 있는 층층시하였지만, 다정한 시어른 덕에 몸은 고단해도 마음만은 편했다.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매운탕 집을 열었고, 혈기 넘치는 남편 뒷바라지를 매운탕 팔아서 해결했다. 어느덧 남편과 부부로 산 44년. 다툰 날도 힘든 날도 많았지만, 서로에게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던 금순 씨. 남편을 위해 몸에 좋은 약과 음식을 챙겨주느라 바쁘다. 그러면서도 혹여 남편이 아프면 그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식당 일과 고기 판매에 매진한다. 문제는 그런 아내 마음도 모르고 피곤한 몸 이끌고 산삼 캐러 산으로 가는 남편. 저렇게 무리하다가 또 쓰러질까 봐 애가 탄다. 그러다 보니 일을 두고 부부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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