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는 여름휴가 중
자연인 오영득, 김영선
짙은 녹음 푸른 산 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 산의 정기를 가득 받아 청정 무해한 이곳에 방범용 마네킹을 들고 나타난 오늘의 자연인 오영득 (72), 김영선 (68) 부부다. 애지중지 키워온 귀한 약초들을 산짐승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마네킹을 세워둔다는 조금은 엉뚱하고 순수한 부부. 30년의 양식 요리사 경력을 뒤로하고, 오로지 건강한 재료로 최상의 음식을 만들고 싶어 여유로운 산속에 터를 잡았다고. 그렇게 완성된 부부의 특별한 보금자리에서 인생 풀 스토리를 만나보자.
4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난 자연인. 초등학교를 채 졸업하기 전 지병으로 부모님을 여의였다. 그렇게 형제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14살의 어린 나이에 무작정 식당에 들어가 설거지와 잔심부름부터 배웠다고. 작은 실수에도 기름과 음식물이 묻어있는 프라이팬이 날아오는 등 눈물을 고스란히 삼켜야 하는 일이 허다했지만, 기댈 수 있는 부모님이 없어 홀로 그 서러움을 견뎌야 했다. 그렇게 설거지를 도맡아 하던 주방보조에서 버티고 버텨 자신의 요리를 만드는 주방장으로까지 성장했다. 게다가 영어로 된 레시피나 주문서를 읽지 못하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영어학원까지 다니며 피나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는데. 그 결과 청와대 주방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은 물론, 유명 호텔과 당시 중앙청 국무위원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는 등 양식 요리사로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요리를 시작해 쉴 틈 없이 요리를 해왔던 자연인은 서서히 지쳤고, 자신만의 가게를 갖고 싶어 피자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좋은 재료를 정석대로 요리’를 해야 한다는 그의 고집은 체인점의 상업화된 시스템과 영업방식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피자가게마저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후 강원도로 내려와 갈빗집을 운영했지만, 이번엔 IMF 외환 위기가 찾아왔다. 불행은 원래 한 번에 몰려온다는 말은 사실이었을까. 결국 큰 꿈을 갖고 오픈한 두 번째 가게마저 문을 닫게 되었다. ‘서울로 올라가 다시 요리사를 할지, 아니면 제2의 인생을 도전할지’의 갈림길에 서게 된 자연인. 오랜 요리사 생활이 지쳤었던 자연인은 자신의 것을 만들겠다는 삶의 목표로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키우고, 느긋하게 사는 삶’을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꿈에 그의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도 동참하기로 했다. 비록 안정적인 수입은 끊어졌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에 땅도 일구고 씨도 뿌리며 둘만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데...
부부의 땀과 눈물로 지어 더욱 특별한 이곳. 집은 나무와 흙으로 짓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자연에서 채취해 친환경적이다. 집 안팎으로는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많다는데. 자연인이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만든 벽과 계곡과 연결 지어 만든 연못, 으름나무 넝쿨로 뒤덮여 여름에도 시원한 테라스 등 자연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서 보는 이들이 놀랄 정도라고. 게다가 호텔 주방장 출신이라 사소한 재료라도 아무거나 쓰지 않는다는 자연인의 마당과 뒷산 가득 작물이 심겨 있다. 이제는 어디에 어떤 작물이 심겨 있는지도 헷갈릴 정도라는데. 어떤 식재료라도 자연에서 채취하지 않은 것이라면 쓰지 않는다는 친환경 요리에 진심인 자연인 오영득, 김영선 씨의 이야기는 2024년 6월 26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