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노라면

<641회> 철들지 않는 산골 슈퍼 스타와 별난 점빵

2024.06.10 관리자

# 별난 점방에 더 별난 ‘슈퍼’ 스타가 산다

경남 하동, 지리산 자락 깊숙이 자리한 산골마을에 별난 슈퍼가 있다. 과자, 라면, 세제 등 여느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외에도, 산나물, 담금주, 공예품, 구급약에 라면과 커피까지 끓여준다. ‘슈퍼’보다는 ‘점방’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산골 유일의 가게. 산골주민들이 참새방앗간처럼 들르는 사랑방이다. 점방 주인장은 김기수(64세), 추일주(58세) 부부. 12년째 점방을 운영하고 있다. 점방은 부부의 일터이자 살림집이다. 아내 일주 씨는 점방 한쪽에 자리한 주방에서 삼시세끼를 차리느라 분주한데, 남편 기수 씨는 그저 빙긋빙긋. “악력이 부족해 밥솥을 못 연다”는 게 이유다. 잡초 좀 베어달래도 “꽃들에게 미안하다”며 일을 미루기도 능사다. 아내 일주 씨는 몰랐다. 맑고 순수한 남편의 눈빛에 끌려 결혼했지만, 환갑 넘도록 남편이 아이처럼 순수하다 못해 일관되게 철이 없을 줄 말이다. 기수 씨가 아내를 부르는 호칭은 ‘뚱땡아’. 아내가 손도 크고, 마음도 넉넉하다는 것. 꿈보다 해몽이다. 차마 화를 낼 순 없고, 아내는 큰아들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어휴~ 김기수! 김기수!” 되받아치며 웃고 만다. 슈퍼 주인인 본인이야말로 진짜 ‘슈퍼’ 스타라는 해맑은 남편과 그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를 남편으로 둔 까닭에 매일 도 닦는 마음으로 사는 아내. 이 별난 부부는 어쩌다 골 깊은 산골에까지 들어와 살게 됐을까?

# 운명 같은 인연에서 싹 틔워, 지리산에서 피어난 부부의 인생

부부의 직업은 점방 주인만이 아니다. 철마다 산에 가서 약초와 나물을 캐고, 벌도 치고, 농사도 짓고, 그림도 그린다. 요즘은, 이틀 돌이로 산을 누비며 취나물을 뜯고, 점방 인근에 심어놓은 오디와 앵두도 딴다. 쉬자고 들면 한량이 될 수 있고, 일하려 덤벼들면 하루해가 모자란 게 산골의 삶이다. 배낭 가득 나물을 뜯고서야 하산한 부부. 지리산 정수리에서부터 흘러내려온 집 앞 계곡에서 더위를 식힌다. 부부는 이 맛에 지리산 골짜기에 사나 싶다. 여행 중에 우연히 들렀던 이곳의 산세와 사람들의 순박한 정에 이끌려, 단, 보름 만에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산골에 정착했다는 부부. 2박3일의 짧은 여행이 인연이 돼, 벌써 25년째 산골에서 인생 여행 중이다. 등단 시인이자, 찻집 사장이었던 기수 씨네 옆 건물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오가다 부부가 됐다는 일주 씨. 부부는 호기심이 일면 못 참고 실행하는 닮은꼴 성격으로 산골 점방 주인까지 됐다. 사실, 난생처음인 산골 살이가 쉽진 않았다. 농사에 거듭 실패했고, 산골 구석구석을 누비는 트럭행상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 부부는 나름대로 산골생활에 적응했고, 만족감도 크다. 딱 하나 문제라면, 느닷없이 트럭을 사들고 나타나질 않나, 벌을 키우겠다며 벌통을 들이질 않나,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남편 탓에 아내는 하루하루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이다.

# 수박 모종과 병아리 한 마리가 뭐라고!

점방의 하루는 오늘도 바쁘다. 눈 뜨자마자 창고에서 쌀 포대를 직접 옮겨와 밥을 짓기 시작하는 일주 씨. 차려주지 않으면 아예 굶는 남편을 알기에, 삼시세끼 밥 짓는 건 늘 그녀의 몫이다. 그런데 벌써 며칠째,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고 있다. 남편에게 고쳐 달라 청해봐도, 남편은 병아리와 아침 인사를 나누느라 대답이 신통찮다. 그러고선 텃밭으로 나가 작물들에게도 인사를 전한다. 그 모습에 다시금 참을 인(忍) 자를 새기는 아내, 일주 씨. 하지만, 기수 씨가 고집해 심은 배추가 여기저기 죽어 있고, 게다가 번번이 실패하는 수박 모종을 고집스레 또 심는 걸 보자, 부아가 치민다. 결국, 남편에게 한소리를 해보는데, 그게 또 서운했는지, 기수 씨도 “왜 매사에 부정적이냐?” 큰소리를 낸다.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아침. 기수 씨의 친구이자, 아끼고 보살폈던 병아리마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씁쓸한 마음을 가눌 길 없는 기수 씨가 뭔가를 결심한 듯, 커다란 합판을 들고 와 정성껏 다듬기 시작하는데... 별나디별난 점방 주인, 기수 씨는 이번엔 어디로 튈까?

교양 하이라이트

MBN APP 다운로드

관련 영상

교양 하이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