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줍는 사랑꾼 춘우 씨
서울특별시 마포구, 움직일 수 없는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지극한 사랑을 아끼지 않는 한 남편이 있습니다. 루게릭병으로 전신 근육에 마비가 온 아내 김영숙 씨와 과거 대장암 수술을 하고, 아픈 몸으로 아내를 돌보는 남편 이춘우 씨의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몸도 다 아프고 아무것도 못 하니까 마음 아프죠.
활발하게 움직였던 양반이 이렇게 돼버리니까 너무 슬프네요..”
김영숙(61) 씨는 루게릭병, 즉 근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얼굴을 제외한 온몸이 굳어버렸습니다. 2018년, 쓰러진 후 지금까지 계속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요. 숨을 쉬지 못해 목을 절개해서 인공호흡기를 꼈습니다. 또 자꾸만 가래가 나오는데, 기침유발기로 꾸준히 빼야 합니다. 작년에는 연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배에 뱃줄을 달고 경장영양제로 영양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말할 수 있었고 밥도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할 수 없습니다. 영숙 씨는 남편의 도움 없이는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는데요. 그런 아내를 매일 보살피고 있는 남편 이춘우(67) 씨. 춘우 씨는 과거 대장암 3기를 진단받아 수술했습니다. 팔꿈치 양쪽은 닿기만 해도 고통이 심한데 물리치료를 해도 소용없는 상황인데요. 대장암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가 다 헐었고 이후 위장이 약해져 20년째 약을 먹고 있습니다. 양어깨가 다 나가서 수술했지만, 쉴 수 없어서 질환이 낫지 않고 있습니다. 안 아픈 구석이 없지만, 춘우 씨는 쉴 수 없습니다. 아내 영숙 씨를 밤낮 없이 보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 감내하고 살 거예요. 몸은 힘들겠지만, 마음은 힘든 거 없어요.
아내가 나랑 만나서 이렇게 됐고, 이렇게 사는 건 내가 책임져야지..”
춘우 씨는 아침 일찍부터 밖에 나와 상자를 줍습니다. 건물 상인들이 상자를 모아두고, 춘우 씨가 가져가서 모아 팔고 있는데요. 1997년, IMF 때부터 파지를 주웠다는 춘우 씨. 혹여나 늦게 가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려서 여유를 부릴 수도 없습니다. 밖에 나와 있으면서도 춘우 씨는 계속 걱정이 드는데요. 집에 아픈 아내가 누워있기 때문입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가는 춘우 씨. 아내의 몸 상태를 묻고, 익숙한 손길로 아내를 돌보기 시작합니다. 석션으로 가래를 빨아들이고, 폐에 산소가 들어가게 해서 넓혀주는데요. 목이 굳은 아내가 입 모양으로 의사를 표현하면, 눈치로 알아들으려 노력합니다. 영숙 씨는 처음에 잘 못 걷고 허리가 구부정하고 물건을 자꾸 떨어뜨리는 등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데요. 반년 뒤 점점 증세가 심해졌고, 결국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루게릭병이 괴로운 이유는 환자의 감각신경과 인지기능이 정상이라는 것인데요, 몸은 마비가 되지만 환자는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제일 괴로울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춘우 씨. 아내를 깨끗하게 씻어주려고 해도 상황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닦아주는 부분을 나누었는데요. 한 번 씻기는 데 약 3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플라스틱병 뚜껑에 구멍을 내어 아내의 머리를 씻겨주는 춘우 씨. 아내 영숙 씨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립니다.
“내가 하는 일이 힘들더라도,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눈 감을 때까지 집사람하고 같이 오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 날, 춘우 씨는 열심히 모은 상자들을 팔러 나왔습니다. 내리막길에서는 리어카를 놓쳐 사고가 날까 봐 더 조심해야 합니다. 다른 일을 하면 좋겠지만, 아내를 24시간 돌보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춘우 씨는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기만 한데요. 열심히 모은 상자를 판 돈은 2,500원. 춘우 씨는 집에 가는 길, 잠시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과 우유를 샀습니다. 입을 움직여 음식을 씹어 먹을 수 없는 아내에게 미안해 밖에서 대충 끼니를 때운다는 춘우 씨. 심지어 춘우 씨는 과거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아 수술했습니다. 여태껏 버티며 살았고 겨우 한고비를 넘겼는데, 이제는 아내가 아픈 상황입니다. 춘우 씨는 영숙 씨를 향한 사랑이 각별한데요. 아내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결혼했냐는 질문에 온갖 애정을 쏟아내는 춘우 씨. 그런 따뜻한 춘우 씨의 마음에 영숙 씨는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과거 부부는 연탄배달과 포장마차를 하며 누구보다 성실이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를 데리고 어디를 놀러 간 적이 많이 없어 마음에 걸린다는 춘우 씨. 그저 열심히 산 것뿐인데, 춘우 씨의 대장암에 이어 영숙 씨의 루게릭병까지. 그럼에도 영숙 씨가 잘 버티고 지금까지 곁에 있어 줘서 살아간다는 춘우 씨. 춘우 씨는 영숙 씨가 옆에서 계속 있어 주기만 바랄 뿐이라고 합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남을 도우며, 활발하게 살았던 아내, 영숙 씨. 몸이 부서지더라도 계속 아내와 함께 있고 싶다는 춘우 씨. 어떤 고난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부부에게 오래 함께 할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한결같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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