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씨의 멈춰버린 시간
늘 자신보다 자식이 먼저인 부모님. 여기 엄마라는 말 한마디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42년째 누워있는 딸을 돌보는 엄마가 있습니다. 뇌성마비로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딸을 위해 늘 자신보다 딸을 우선시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어요”
전북 완주에 위치한 한 임대 아파트. 이곳엔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모녀가 있습니다. 바로 엄마 현자 씨(69)와 딸 아름 씨(42)! 엄마인 현자 씨는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데요. 아픈 딸 아름씨를 챙기기 위해서입니다.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뇌성마비를 갖고 살아온 아름씨는 2년 전 갑자기 쓰러지면서 기계의 도움 없인 숨 쉬는 것 조차 힘들어졌는데요. 이젠 엄마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상태이다 보니, 현자씨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딸 아름씨의 상태를 살피곤 합니다. 가래가 많이 껴서 숨쉬기 힘들진 않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 석션을 해주고 호흡기 치료, 욕창 치료 등 딸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현자씨지만,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늘 죄책감에 가슴 아파합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을 힘든 형편탓에 인큐베이터에서 제대로 치료 한 번 해주지 못했던 게 이렇게 아프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아름이만 좋아진다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서른 초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홀로 아름 씨를 돌본 현자 씨. 혹시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진 않을까 밥 한 끼 마음 놓고 먹지를 못하는데요. 갑자기 장이 꼬여 지난해 4번째 수술을 한 이후 콧줄로 식사하게 된 딸이 마음에 걸려 밥 한 술 제대로 삼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평생 아픈 딸을 돌보며 살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했던 현자 씨는 10년 전 발견된 쓸개의 염증이 암으로 변형될 수도 있어 올해에는 쓸개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요. 그런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병원에 가 있는 동안 누가 아름 씨를 돌보나 하는 걱정뿐입니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기에 고된 몸을 일으켜 아름 씨를 챙기는데요. 자칫 잘못돼 감염이라도 될까 두려워 온 신경을 아름씨에게 쏟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데요. 병원에서 고치기 힘들다고 했던 욕창도 매일 같이 치료해준 결과 몸 구석구석 곪고 쓰린 상처로 얼룩졌던 부위들 역시 한결 많이 좋아졌습니다. 장 수술을 4번이나 하면서 배설 또한 스스로 할 수 없는 딸 아름씨는 장루 주머니를 착용해야 하는데요. 홀로 딸을 보살피느라 힘들고 고된 일 투성이지만 엄마 현자씬 하루에도 4~5번 장루 주머니를 갈아주고, 식사를 챙기며 딸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아름이가 나보다 하루 먼저 가면 좋겠어요”
오랜 세월 병원에서 크나큰 수술과 치료를 병행해온 아름씨! 그 때문에 엄마 화숙씬 아름씨의 병원비로 지금껏 엄청난 금액의 치료비를 홀로 감당해야 했는데요. 최근 4번의 장 수술을 하면서 위험천만한 고비들도 잘 넘기긴 했지만 수천만 원의 빚이 고스란히 함께 남았습니다. 현자씬 오롯이 혼자 갚아야 하는 무게에 마음이 무겁지만 우선 딸을 살리고 봐야 했는데요. 현재 기계에 의존해 생활하는 아름 씨에게 들어가는 수많은 의료용품을 사기도 빠듯합니다. 그러나 현자 씨는 자신의 눈에 세상 누구보다 곱고 예쁜 딸 아름씨를 보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습니다. 굳어버린 몸에 일반 의류는 입기 힘들어 예쁜 천을 구해 아름 씨가 입을 수 있는 앞치마 형태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기도 합니다. 새로 만든 옷을 입혀주며 딸과 눈을 맞추는 현자 씨. 눈을 깜빡여주는 딸을 보면 환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러다가도 아프지 않았으면 누구보다 예쁘게 옷을 차려입었을 딸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러나 제일 걱정되는 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엄마 현자씨의 악화된 건강 상태인데요. 쓸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암으로 변했을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아픈 딸의 걱정이 더 깊어졌습니다. 허리부터 쓸개까지 어느 곳 하나 편치 않은 몸 상태를 느끼며 행여나 딸을 두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누가 딸 아름 씨를 돌봐야 하나 걱정입니다. 현자 씨는 자신이 조금 더 건강하게 일어서 소중한 딸 아름씨의 곁에서 뭐든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뿐인데요. 해줄 수 있는 것보다 해주지 못하는 게 더 많은 안타까운 현실에 근심 걱정이 깊어져 갑니다.
뇌성마비와 여러번의 힘든 수술로
엄마의 도움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42살 딸,
자신의 삶은 포기한 채 오로지 아픈 딸의 곁을
홀로 지키며 살아가는 일흔을 앞둔 엄마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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