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옥 할머니의 무거운 한숨
요즘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할머니가 손자를 돌봐주는 경우가 부쩍 생겨나고 있는데요. 여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딸과 손자를 돌봐야 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딸이 뺑소니 차에 치여서 중도 장애를 갖게 됐어요”
전라북도 전주시. 손주 윤성준(2) 군을 씻겨주는 할머니 이순옥(76. 지체 장애 경증) 씨가 있습니다. 칭얼대는 어린 손자를 어르고 달래며 무릎과 어깨 통증까지 참아가며 씻겨주는 그녀. 방에는 그 모습을 마주하고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딸, 윤정원(시각장애 중증. 뇌병변장애 중증) 씨가 있습니다. 정원 씨는 13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시각장애와 지체 장애를 갖게 됐는데요. 어린 성준이를 안아 주다가 놓친 적도 있고, 심지어 앞이 보이지 않아서 밟고 지나간 적이 있어서, 이제는 모든 걸 어머니 순옥 씨가 도맡아서 합니다.
몸이 아픈 할머니와 앞이 보이지 않는 엄마다 보니, 성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라면 할 법한 안거나 업어달라고 보채지 않고 침대를 혼자 오르락내리락하며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최근에 벽과 침대 사이에 다리가 끼이는 일이 있을 정도로 부쩍 장난이 심해진 성준이.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엄마 정원 씨는 혹여 아이가 다칠까 늘 노심초사입니다.
“딸이랑 손자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허리랑 무릎 수술을 못 해요”
한의원을 오갈 땐 순옥 씨의 한숨이 더 깊어집니다. 시신경이 망가져서 빛밖에 안 보이는 딸을 데리고 병원을 오가는 길이 순탄치 않기 때문인데요. 바닥이 고르지 않은 길을 걷다가 넘어지진 않을까, 신호등 시간에 맞춰서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늘 걱정이 앞섭니다. 사실 앞을 못 보는 딸도 걷는 게 힘들지만 순옥 씨 또한 허리와 무릎 통증으로 먼 걸음을 걷진 못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집에서 한의원까지 500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지만, 순옥 씨는 몇 번이나 쉬었다 가자고 말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병원에선 서둘러 허리와 무릎 수술을 해야 한다고 권하지만 순옥 씨는 본인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입원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 딸과 어린 손자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앞으로 내가 10년만 더 사는 게 소원이에요”
3년 전, 지인의 도움으로 백반집을 열게 된 순옥 씨. 하지만 의외로 반찬이나 식재료가 거의 준비돼 있지 않은데요. 이유는 손님이 없어서랍니다. 지인에게 갚아야 할 빚은 그대로지만 식당을 닫지 못하는 순옥 씨. 바로 이 식당이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 줄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요즘 또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바로 손자 성준이가 아빠를 찾는 일이 부쩍 많아진 겁니다. 언젠가는 아빠의 부재에 대해 알게 될 텐데, 그때 아이가 상처받진 않을지 할머니의 한숨은 더욱 깊어집니다.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게 된 딸과 어린 손자의 울타리가 되어야 했던 순옥 씨. 그녀의 소원은 성준이가 착하게 잘 자라주는 겁니다. 더불어 손자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살았으면 하는 게, 할머니의 절실한 바람인데요. 그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시각장애과 지체장애를 갖게 된 딸과
두 살인 손자를 보살펴야 하는 순옥 씨.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