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지키는 원더우먼 명순 할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있죠. 특히 손주가 매우 귀엽거나 사랑스러울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데요. 여기, 24년 동안 손녀를 사랑으로 돌본 노부부가 있습니다. 이 부부는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힘을 내고, 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손녀라고 하는데요. 두 사람 모두 대여섯 걸음을 걷는 것도 버겁지만, 손녀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벌라고 이 일을 하는 거예요”
명순 씨(73, 다발성 협착증, 퇴행성관절염)는 낮이고 밤이고 파지를 줍기 위해 거리를 나섭니다. 무릎 연골이 없어서 움직이는 것도 힘든 상황임에도 이곳저곳을 누비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챙겨야 할 식구들인 남편 창균 씨(66, 뇌졸중)와 손녀 혜지(23, 뇌병변 1급, 다운증후군)가 있기 때문인데요. 15년 전, 남편 창균 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명순 씨가 가장의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파지 줍기에 나섰지만, 명순 씨에게는 몇 발짝 떼는 것도 고된 일이기에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닙니다. 전동스쿠터는 손수레에 비해 실을 수 있는 파지 양이 턱없이 적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명순 씨. 때론 고단한 현실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집에 있을 식구들을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고 또 허리를 굽히며 파지를 줍습니다.
“우리가 애를 이때까지 키우고 보살펴줬죠”
임신 8개월 만에 미숙아로 태어난 손녀, 혜지(23)는 자랄수록 장애가 점점 심해졌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명순 씨 부부에게 맡겨진 혜지. 올해 스물세 살이지만 7~8살 같은 작은 체구에 발달이 더딘 탓에 늘 옆에서 챙겨줘야 하는데요. 혜지의 끼니를 챙기는 건 창균 씨 담당입니다. 창균 씨는 뇌졸중으로 다리에 마비가 와서 움직이기 쉽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손녀 혜지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창균 씨. 최근 심장 수술을 해야 할 만큼 혜지의 건강이 나빠져 걱정이 많았는데요. 넉넉하진 않아도 늘 정성을 다했지만 돌아보면 미안하고 부족한 것만 생각납니다.
“걷기 연습을 시켜줘야 하는데 내 몸이 안 따라줘서 그게 좀 답답하죠”
명순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집 앞 골목길에서 혜지의 걷기 연습을 시키곤 합니다. 전문 재활교육을 시켜야 하지만 지금 형편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인데요. 혼자 서 있기도 힘든 몸 상태로 혜지의 무게까지 버텨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최근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해져 앞으로 혜지의 걷기 연습을 도와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은데요. 병원에선 인공관절 치환술을 해야 한다 합니다. 무엇보다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 쉬는 게 좋다고 하는데요. 아픈 남편과 손녀를 돌봐야 하는 명순 씨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결국 또다시 파지를 줍기 위해 거리로 나선 명순 씨. 과연 가족들을 돌보며 건강히 살고 싶다는 원더우먼, 명순 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남편과 손녀 혜지를 위해 파지를 줍는 명순 씨와
최선을 다해 손녀를 돌보는 남편 창균 씨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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