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 자연인 기호곤
메마른 땅과 바위산을 지나면 예상 밖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청록빛 물결이 일렁이고, 그림처럼 펼쳐진 드넓은 호숫가를 앞마당 삼아 살아간다는 자연인 기호곤(62) 씨. 얼핏 톰 크루즈 뺨치는 항공 점퍼에 멋들어진 청바지, 하얀 고무신 패션으로 산과 호수를 넘나드는 사나이.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를 낙원으로 개척하기까지 숱한 노력과 세월을 쏟았다는 그는 변함없는 산이 좋아서 이곳에 왔다고 한다.
패기 넘쳤던 젊은 시절, 성공을 위해 무작정 도시로 상경했다는 자연인. 태어난 지 100일 된 아이를 안고 노숙할 각오도 불사했다. 리어카 노점상으로 어렵게 장사를 시작했고, 이후엔 술집과 양계사업까지 뻗어가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사업이 기울며 반지하 신세를 면치 못했고, 가족들을 위해 경마장 청소와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가난은 힘들었지만, 그에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이 있었고, 자녀들에게 든든한 아버지가 되리라고 약속하며 재기를 꿈꾸던 어느 날. 우연히 뛰어든 인테리어 사업이 성공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과감히 사업 노선을 변경했다는 자연인. 지인에게 분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소개받고, 아예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는데. 김밥에 들어가는 밥알 개수를 일일이 계산하고, 주방장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맛을 내기 위한 소스 개발까지. 각고의 노력 끝에 직영 매장은 9개에 달했고, 직원 수만 60명이 넘는 대규모 사업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성공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자녀들과의 약속을 지켜낸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는 자연인. 하지만, 날이 갈수록 고단해지는 몸과 사람으로 인해 쌓여가는 스트레스, 설상가상 비슷한 메뉴의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사업이 휘청이자, 가족이라 여겼던 직원들은 하나둘씩 등을 돌렸다. 상처와 배신감으로 꺼져만 가는 열정. 그는 또다시 열정을 불태울 무언가가 필요했고, 언젠가 산에 살고자 했던 바람이 떠올랐다. 그는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산으로 향했다. 황량하지만 눈부신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 이곳. 이 자리에서 남은 일생을 불태워보겠노라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시작하는 활기찬 하루.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보금자리는 손길이 필요하다. 산채만 한 바위를 굴려 화단을 만들고, 따뜻해진 날씨에 밀린 이불 빨래를 해치우고 나면 금세 배가 고파온다. 선상에서 갓 떠낸 쏘가리 회를 먹으며 낭만을 즐기고, 만능 소스를 활용한 장어구이와 각종 약재를 넣어 푹 고아낸 장어 곰탕까지 뚝딱 해낸다. 제대로 먹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높았던 태양은 어느새 저물어 가고 있다. 호수에 멍하니 앉아 마시는 차 한 잔. 물가에 번지는 낙조를 바라볼 때면, 이곳이야말로 지상 낙원이라 느껴지는데...
앞을 향해 일단 전진! 자유로이 산과 호수를 누비는 자연인 기호곤 씨. 그의 이야기는 2023년 3월 29일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