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명 중 1명은 학교폭력 겪어
형법에 '학내 괴롭힘’죄명 신철 추진
아이들이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프랑스 사회가 들끓고 있다. 대통령과 영부인까지 나서 학교폭력 근절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의회는 학교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최고 징역 10년 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초안 검토에 들어갔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하원에서는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표결 끝에 통과됐다.
이 법안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뿐 아니라 상원에서 우위를 점한 우파 야당인 공화당(LR)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장미셸 블랑케르 교육부 장관의 지지도 얻었다. 이에 무난히 상원을 통과해 내년에 시행될 전망이다.
법안이 제정된다면 형법에 ‘학내 괴롭힘’이라는 범죄가 신설된다. 괴롭힘의 정도와 가해자의 법정 연령에 따라 최대 3년의 징역형 또는 4만5000유로(약 6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만약 피해자가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피해가 큰 경우 최대 징역 10년 형을 선고할 수 있다.
블랑케르 장관은 “아이들의 삶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화국의 가치를 따르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법안을 발의한 에르완 발라넝 중도성향 민주운동당(Modem) 의원은 “이 법에는 교육학적 가치가 있다”면서 “이 발상은 (학내 괴롭힘에) 전체 사회가 관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법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극좌로 분류되는 굴복하지않는 프랑스(LFI) 소속 사빈느 루뱅 의원은 “망상적이고 선동적인 과민 반응”이라고 비판했다.
미셸 빅토리 사회당 의원도 “미성년자를 범죄자 규정하고 억압을 키우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초·중·고 학생 10명 중 1명꼴인 약 70만명이 학교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특히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한 ‘온라인 학교 폭력’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월에는 14세 소녀 디나(Dinah)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디나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이 그를 괴롭혔고, 결국 디나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월에는 또 다른 14세 소녀 알리샤(Alisha)가 동급생 커플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시신은 파리 센강에서 발견됐다. 가해자들은 알리샤의 SNS 계정을 해킹해 알리샤가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을 빼돌렸고, 이 사진을 다른 학생들에게 유포했다. 이후 알리샤는 또래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했고, 가해 학생 2명은 ‘못마땅하다’는 이유로 그를 살해했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아이들이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학교 폭력 근절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학교에서 피해자를 가만히 두지 않는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고립돼 있고 공포에 떨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해서 이에 대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이버 폭력 현장을 누구나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앱을 내년 2월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앱의 이름은 ‘아플리카시옹(애플리케이션) 3018′이다. 프랑스의 학교 사이버 폭력 신고 전화 ’3018번‘를 땄다.
그는 “우리가 항상 학교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학교 폭력에 맞서는 것은) 가능하다”라며 “우리는 어떤 것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2021년 12월 2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