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엄마하고 지호하고
백은영(46) 씨는 홀로 아들 지호(15)를 키우고 있습니다. 모자 둘 다 지적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을 하는데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드는데요. 빠지고 부러진 치아 탓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은영 씨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밥을 떠먹여 달라며 어리광을 부리는 지호. 두 모자에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찾아올까요?
“내가 애를 잘못 낳아서 걸음을 못 걷는 건가...”
올해 15살인 지호는 남들보다 걸음이 느립니다. 조금만 걸어도 금방 지쳐서 아무 데나 주저앉아버리곤 하는데요. 작년부터 다리가 휘는 듯하더니 정형외과에서는 발바닥을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뒤뚱거리며 걷는 아들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 은영 씨는 제 탓인 것만 같아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합니다. 어려운 형편 탓에 재활 치료도 보내주지 못하는 상황, 은영 씨가 해줄 수 있는 건 시간이 날 때마다 지호를 데리고 시장과 놀이터로 산책하러 가는 것뿐입니다.
“힘들어도 지호를 위해서 해야죠”
은영 씨는 현재 일산의 한 달팽이 농장에서 훈련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인데요. 어지럼증과 극심한 치통을 앓고 있는 은영 씨에게 계속 서서 일하는 것은 매우 고됩니다.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아들 지호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통쯤은 괜찮다는 은영 씨. 은영 씨는 오늘도 농장으로 향합니다.
“너무 두렵고 무서워요”
지호를 재우고 나면 은영 씨만의 밤이 찾아옵니다. 혼자 있는 밤이 되면 과거 가정 폭력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은영 씨. 오늘도 말없이 베란다에 나가 멍하니 바깥을 바라봅니다. 자신을 옥죄는 괴로움에 집을 뛰쳐나가고 싶지만, 곤히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습니다. 은영 씨의 유일한 소원은 지호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 언젠가 밝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지호의 모습을 꿈꾸며, 은영 씨는 지호의 옆자리에서 억지로 잠을 청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느린 아들 지호와
지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은영 씨,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자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