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단발을 해야한다.
치마 길이는 무릎선까지…
여고생 복장 규정이냐고요?
아닙니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 사내 여직원 복장 규정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죠.
화장은 기초부터 색조까지. 그러니까 섀도우·립스틱·볼터치까지 꼼꼼하게 할 것. 매니큐어는 피부와 비슷한 색으로 하고, 복장은 투피스를 권장하며, 액세서리는 귀걸이·반지·목걸이를 허용하되 3개 까지만. 신발은 정장용 구두로, 굽 높이는 4~7cm 이내로만 신을 것.
남성 규정은 없냐고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정장만 단정하게 입으면 됩니다.
사측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고 합니다. 그럼 왜 전 직원이 보는 사내 게시판에 떡하니 공지를 했을까요.
대한민국 출산 지도 , 기억하십니까.
지난해 말, 행정자치부가 출산 관련 통계를 알리겠다며 지역별 가임기 여성의 수를 세세하게 표시했던건데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여성이 많으면 출산율이 올라가는거냐 등 비판이 일자 없었던 일이 됐습니다.
그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국가건강정보 사이트에 아름다운 가슴의 조건 으로 여성의 가슴이 어떻게 생겨야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게시를 했었습니다. 이 또한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삭제됐죠.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6 세계 성 격차 보고서 를 보면 우리나라 성 격차는 144개 나라 중 116위, 정치·사회·경제 등 대부분에서 성차별이 심각하다고 돼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성차별은 있습니다.
영국에선 작년에 한 회사가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직원을 해고하는 일도 있었지요. 하지만, 당시 여직원은 의회에 청원을 올렸고, 결국 고용주는 규정을 수정하고 보상을 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직장 내 성차별과 성희롱을 감시하는 명예 고용평등 감독관을 세우는 등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위촉된 감독관 4,800여 명 중 75%에 달하는 3,600명이 남자였습니다.
남자라고 성차별을 감시하지 못한단 법은 없겠지만 차별을 당하고 느끼는 주체가 여성이 훨씬 더 많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겠죠.
여성이건 남성이건 똑같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권리를 똑같이 누리고 의무를 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긴 이런 말 마저도, 지금 시댁으로 가는 며느리들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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