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꿈꾸는 작은 희망
난간을 붙잡고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가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김영수(65) 씨인데요. 7년 전 망막 수술로 오른쪽 눈이 실명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10년 동안 투석을 받으며 체력도 매우 저하되어 10분마다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수 씨는 매일 힘을 내서 4층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아내 이미숙(67) 씨에 대한 사랑입니다.
“빨리 내가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할 텐데”
3년 전, 갑작스럽게 쓰러진 미숙 씨는 쿠싱증후군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부신이 기능이 저하되는 질병으로 면역 체계에도 악영향을 끼쳤는데요. 대장암, 폐렴, 두 번의 급성 심근 경색과 척추 수술까지. 한 번 약해진 몸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습니다. 10년 동안 투석을 받고 있는 영수 씨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었던 미숙 씨는 이제 남편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집안일과 요리 모두 영수 씨의 몫이 되었는데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영수 씨가 불앞에 설 때마다 미숙 씨는 조마조마합니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영수 씨를 돕고 싶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내에게는 나 밖에 없잖아요”
투석을 다녀오면 아내 곁에 누워서 쉰다는 영수 씨. 잠에 들었다가도 미숙 씨의 “여보” 한 마디면 벌떡 일어납니다.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미숙 씨의 팔을 꼭 붙잡고 화장실로 향하는데요.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받으며 미숙 씨 간병에 집안일, 요리까지 해내는 영수 씨는 힘든 내색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저 “뭐든 할수록 느는 거예요” 라며 웃기만 하는데요. 식사를 할 때조차도 자신의 끼니는 뒷전이고 미숙 씨에게 한 입이라도 더 먹으라며 잔소리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집 문제가 제일 큰일이야”
비가 오는 날이면 영수 씨는 한층 더 바빠집니다. 베란다와 안방 천장에서 물이 새기 때문인데요. 여러 장의 수건을 깔아두고도 불안한지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이전에는 내려앉는 천장 벽지 탓에 전등이 떨어진 적도 있다는데요. 불안한 마음에 철사로 묶어 두었지만 여전히 무섭기만 합니다. 더군다나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은 외출 또한 쉽지 않습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영수 씨는 난간에 의지한 채 매일 위험한 계단을 오르내려야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미숙 씨는 계단을 내려가지 못해 외출조차 어려운데요. 엘리베이터가 있는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부부가 함께 산책도 하고, 바람도 쐴 수 있을 텐데. 수 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에 영수 씨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늘 아내가 먼저인 남편 영수 씨와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인 아내 미숙 씨,
사랑과 헌신으로 힘든 시간을 헤쳐나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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