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지금처럼 당신 곁에서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멋진 곳을 찾아 휴가를 떠나는 여름. 늘 방안에만 갇혀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는 부부가 있습니다. 열 평 남짓한 오래되고 좁은 공간에서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는 남편 박흥선(66) 씨와 아내 정영혜(62) 씨! 남들에겐 평범한 산책이나 나들이도 이들 부부에겐 쉽지 않습니다. 척수장애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편 박흥선(66)씨의 외출을 위해선 휠체어를 포함해 챙길 짐이 많은 것은 물론, 씻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한순간의 사고로 인해 남편 흥선 씨가 하반신마비 판정을 받은 지 30여 년. 흥선 씨는 손닿는 곳에 필요한 물건을 두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고, 아내 영혜 씨는 든든하게 그런 흥선 씨의 손과 발이 되어주곤 합니다. 좁디좁은 집안에 갇혀 서로의 손발이 되어 살아가는 부부. 힘들고 어려운 일도 함께 극복해왔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견디기 버거운 일들이 늘어나 걱정이 쌓여갑니다.
“결혼한 지 3년 만에 하반신마비가 되고 앞이 캄캄했어요”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했던 박흥선씨! 그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요.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결혼생활. 하지만 그 행복은 갑자기 찾아온 불행 앞에 물거품이 돼버렸습니다. 차량 운전사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든든한 가장이었던 박흥선(66) 씨!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차량 점검을 하러 잠깐 하차한 사이에 일어난 끔찍한 교통사고로 결국 하반신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고 당시 첫째 딸은 고작 3살. 아내 정영혜(62) 씨는 출산 예정일을 16일 앞둔 만삭의 임산부였습니다. 출산 후, 시어머니와 교대로 집과 병원에 다니며 간병과 육아를 해냈다는 영혜 씨. 육아는 끝이 났지만, 남편 흥선 씨의 간병은 멈출 수 없습니다. 결혼 후 3년 만에 찾아온 불행. 하지만 부부는 서로의 손발이 돼 지난 30년 넘는 긴 세월의 고비를 함께 견디며 살아왔습니다.
“밥도 엎드려서 먹어요”
수시로 찾아오는 남편 흥선씨의 다리 통증. 시리고 시린 고통 때문에 한여름에도 내복과 수면 양말로 꼭꼭 싸매고 누워있지만 갈수록 극심해지는 통증 때문에 약 없이는 버틸수 없어졌습니다. 의료비 혜택도 받을 수 없는 값비싼 진통제 외에는 견딜 방도가 없는 흥선씨의 상태. 만만치 않은 약값이 걱정돼 아픔을 꾹 눌러 참아보려 애쓰지만 자꾸만 더해지는 통증은 이제 진통제 없인 견딜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흥선 씨를 괴롭히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욕창입니다. 하루 대부분을 누워있거나 앉아서 보내다 보니 욕창이 생긴 지도 어느새 15년, 심하게 곪아터질 때마다 몇 차례 수술도 해봤지만 매번 그때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터져 나오는 진물에 흥선 씨는 이제 엎드려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요. 식사하거나 약을 먹는 것조차 엎드린 상태로 해결하곤 합니다. 소화가 잘 안되니 잦은 배앓이는 물론, 바닥을 계속해서 지지해야 하는 팔꿈치 역시 이미 살이 늘어나고 약해진 상황. 가끔 차오른 물을 빼는 것 말곤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답답한 마음입니다.
“남편 병원비와 약값을 아끼려면 제가 더 부지런해져야해요”
아픈 남편 간호하느라 하루 종일 제대로 쉴 틈 없이 살아온지도 어느새 30년. 조금만 더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며 씩씩하게 견뎌왔지만 갈수록 약해지는 남편의 상태와, 병원비로 진 감당하기 벅찬 빚이 자꾸만 가슴을 타들어가게 합니다. 남편의 사고 이후 척추, 욕창 수술을 포함해 서른 번이 넘는 수술을 받았다는 흥선 씨. 계속된 수술과 마취로 치아는 물론, 뼈 역시 약해졌고, 잦은 입원과 치료비로 어쩔 수 없이 늘어난 빚이 자꾸 발목을 붙잡습니다. 최근에도 침대에서 일어나다 다리가 꼬이며 두 다리가 모두 골절,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했던 남편 흥선씨! 병원비와 치료비도 고민이지만 갈수록 이유 없이 말라가는 흥선 씨의 몸 상태 때문에 자꾸만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몇 달 사이 4~5kg가 빠졌다는 흥선 씨. 뼈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마른 몸은 이제 고작 30kg도 채 나가지 않아 아내 영혜 씨가 거뜬하게 들 정도로 가벼워졌습니다. 점점 나빠지는 건강에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남편이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는 아내 영혜씨. 그래서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먼 길을 돌아 장을 보는 건 기본,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해보려고 애쓰며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도 지금처럼 서로의 곁에서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된 남편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곁을 지킨 아내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부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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