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지난 9일, 정신의료기관과 대안교육 위탁기관을 함께 운영하는 ㄱ 씨에게 청소년 인권침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병실 및 교실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해 청소년을 감시하고, ‘예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보호자 연락 제한, 수업 제한, 격리실 입실 등 청소년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발표하며 “청소년 대상 정신의료기관의 이처럼 심각한 인권침해는 인권위 설립 이후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ㄱ 씨는 정신의료기관 ㄴ의원의 원장이자 대안교육 위탁기관인 ㄷ학교의 학교장이다. ㄴ의원 내 입원환자 19명은 모두 청소년이다. 이들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ㄷ학교에서 학습하고 하교 후에는 ㄴ의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피해청소년들은 지난해 4월, ㄱ 씨가 과도한 행동 규칙을 부과해 인권을 침해하고 폐쇄회로텔레비전을 설치해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현장 조사 결과, 진정 내용 외에도 다수의 피해가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조사 결과, ㄱ 씨는 피해청소년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 규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연락처 교환, 지시 불이행, 예의 없는 태도, 직계가족 외 사람과 연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치료진에게 두 손 모아 인사하기 등의 행동 규칙을 어기면 격리실 입실, 보호자 연락 제한,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다. 수업 참여를 제한해 학습권을 침해하기도 했다.
격리실에 입실한 피해자의 경우 반성문을 작성해야 격리해제될 수 있었는데, ㄱ 씨가 판단할 때 반성문에 ‘진실성’이 결여돼 있으면 격리시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피해자들은 하루 평균 4~5개의 행동 제한을 당했다.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데도 부당하게 격리됐다”고 판단했다.
폐쇄회로텔레비전은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제외한 모든 곳에 총 32대가 설치돼 있었다. 인권위가 확인한 결과, 설치 과정 중 피해청소년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피해청소년의 사생활은 간호사실과 진료실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었으며 병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까지 기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ㄴ의원 및 ㄷ학교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학습권,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 또한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보장하는 아동의 생존·발달·보호·참여의 권리를 침해했다. 동의 없이 폐쇄회로텔레비전을 설치해 사생활과 행동자유권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ㄱ 씨에게 △‘행동 규칙’ 폐지 △격리 등의 사유와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정확히 기재 △폐쇄회로텔레비전은 최소한으로 설치 등을 권고했다.
한편 지도·감독 기관인 관할 지방자치단체 ㄹ시는 2017년, ㄴ의원 및 ㄷ학교에 폐쇄회로텔레비전 설치에 대해 시정조치하고 휴대전화 사용제한 금지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지만 2019년부터는 문제점이 없다고 보고하는 등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ㄹ시교육감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신의료기관 내 청소년의 치료, 보호 및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전국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