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뮤지션의 겨울 연가
자연인 양운식
청아한 피리 소리가 얼어붙은 산골에 울려 퍼지고, 나무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과 합주를 만들어내자 초겨울 산은 봄이 온 듯 따듯해진다. 낯선 음색에 홀려 발걸음을 옮기자 저 멀리 보이는 한 남자! 장발의 머리를 질끈 묶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 자연인 양운식 (51세) 씨. 진정한 행복에 닿기 위한 그의 연주가 다시 시작된다.
바이올린을 배우던 형 덕분에 자연스레 악기를 접하게 된 자연인. 등록할 학원비도, 레코드판 살 돈도 없어 선택한 길은 독학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녹음해 매일 테이프를 감으며 악기 연습을 하자 실력은 점차 그의 노력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완벽하게 바이올린을 켠 그는 어느새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 콘트라베이스, 첼로, 크로마 하프 등 다양한 음역을 넘나드는 기악에 차례로 도전, 그중 그의 마음에 들어온 건 색소폰이었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있던 그는 어른이 된 후 자연스레 음악 학원을 개업했다. 계이름을 몰라도 하루면 한 곡을 연주하게 하고 다른 곳에선 거부한 고령의 원생을 훌륭히 가르쳐 내며 명성을 날렸다. 80여 명의 학생을 성공적으로 통솔했으나 더 발전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고, 그렇게 마음의 평온을 찾지 못한 채 스트레스만 계속 쌓여갔다. 설상가상 손가락 관절이 안 좋아서 먹은 진통제가 독이었는지 간이 심각할 정도로 나빠지고 당뇨까지 찾아왔다. 더는 학원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때마침 찾아온 사람에게 헐값에 처분하고 30년의 가르침을 끝마쳤다.
찌든 마음과 지친 몸을 회복하고자 떠난 여행. 그는 캠핑 도중 발견한 천국 같은 이 땅에 평생 사리라 다짐했다. 누군간 젊은 나이에 산에 들어가는 게 아쉽다고 했으나 그는 지금이 최고 적기라 말한다. 산사태로 무너진 터를 복구하려 눈만 뜨면 삽질하고 망가진 우리 보수를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그는 그 노동조차 즐겁다. 산이 내어주는 갖은 보물을 품는 건 물론 간에 좋은 돼지감자와 민들레 겉절이를 챙기며 여유를 맛보자 30년 동안 괴롭혀 온 간 수치가 단 6개월 만에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산속에서 다채로운 삶을 찾아가는 자연인 양운식 씨. 경쟁 사회의 무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연주를 즐기는 그의 이야기는 12월 15일 수요일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