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이 나라의 미래 지도자를 육성하는 훈련장이기에, 자격을 갖춘 개인들에게 활짝 열려야만 한다."
2003년 대학 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심리 때,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 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이 한 말입니다.
인종적 요소를 고려하는 미시간대 로스쿨의 신입생 선발 정책에 대법관들의 찬반이 4 대 4로 맞서던 때, 오코너는 찬성에 표를 던졌고 결국 소수인종 배려 정책은 합헌이 됐죠.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인 1981년 사법부 유리천장을 깬 그는, 보수 대 진보 구도의 미 법원에서 여성 인권과, 소수인종 보호와 같은 미국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균형추 역할을 했습니다.
"아마 저보다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낸 사람은 없을 겁니다." -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어제, 인사청문회)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지적에 어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한 말입니다. 이게 맞는 말일까요?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고 돼 있습니다. 판사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누구보다 더 진보적인 판결을 내렸다고요? 정의에 의거한, 옳고 그름에 의한 판결이 아니고요?
하긴, 보수니 진보니 우파니 좌파니 하며 독립기관인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판단하려는 국회도 문제입니다. 사법부는 우리 사회 여러 분쟁에 있어 최후의 보루인데, 여기에 진보니 보수니 하는 성향을 집어넣어 자신들한테 유리한 판단을 하게 만들려는 거니까요.
우리 국민이 원하는 대법원장은 넌 진보니까 무죄, 넌 보수니까 무죄 이런 식의 판결을 못하게 시스템을 만들어줄 사람입니다.
만약 소수 인종 배려 정책에 찬성했던 오코너 대법관에게 묻는다면, 그는 내가 진보라서 진보성향의 판단을 내렸다 라고 할까요? 분명, 그게 옳기 때문이라고 할 겁니다. 그렇기에 25년쯤 뒤엔 이 정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던 거고, 그 예견은 맞았습니다.
내가 서울에 사는데 너도 서울이 고향이니까 100점, 넌 지방이 고향이니까 80점. 이게 말이 되냐고요.
성적은 선생님 개인 성향이 아닌, 그 학생이 치른 시험 결과대로 나오는 게 맞습니다.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정치권이나, 내 고향은 당신과 같다고 답하는 후보나, 도긴개긴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최후의 보루 정상화해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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