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손익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21년 전, 국비 3,567억 원을 들여 문을 연 양양국제공항은 예상대로 승객이 없어 유령공항 으로 불렸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강원도는 저비용항공사인 플라이강원에 무려 145억 원을 운영장려금으로 주지만 플라이강원은 결국 운항을 중단합니다.
공항을 짓는 데 쓴 돈이 아깝다고 또 돈을 들였지만 이 돈, 저 돈 다 날아간 거죠.
플라이강원은 기업회생신청을 결정한 당일 아침까지도 고객들로부터 예약금을 받아 유령 공항 에, 그 와중에도 돈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는 또 하나의 유령 이 있었다는 비아냥도 듣지요.
유령은 공항에만 있을까요?
스마트폰 앱으로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정부와 지자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공공앱도 대표적인 유령으로 꼽힙니다.
찾는 사람이 없어 대거 폐기되거나 개점휴업 상태인 공공앱이 지난 5년간 635개나 되거든요.
이런 깡통 앱 개발에 들어간 돈이 무려 188억 8천만 원입니다.
서울시가 2년 전 10억 원을 들어 만든 서울시의 교통 앱 마이티 는 사용자가 없어 폐기 권고를 받았고,
17개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 사업은 1~2년 만에 잇따라 폐기 또는 축소 중,
그나마 방문객이 있었던 전라남도의 관광 메타버스 는 아예 인적이 끊겨버렸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바로 생색내기 때문입니다.
양양공항만 봐도 대통령의 공약으로 인해 그야말로 억지로 지어진 것이고
공공앱 개발도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임기 내에 무언가를 이뤄내서 보여주는 게 목적 이기에 급하게 만든 거거든요.
급하게 만든 게 아닌데도, 그 돈을 들여 저런 걸 만들었다면 아예 능력이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거기다가 이렇게 몇 년 임기가 정해진 분들의 욕심을 막아줄 공무원들은, 아무리 시키는 일을 하는 게 공무원이라지만, 이게 아닙니다 라고 제대로 된 의견 개진을 못한 거니, 앞으로도 이런 일은 또 생길 수밖에요.
어느 한 단계에서만이라도 걸러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겐 되지 않았을 텐데, 이미 날려버린 혈세도 아깝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내 혈세로 눈과 입을 닫고 있는 그 많은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줘야한다는 게 더 답답하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혈세로 치적 쌓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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