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3월 19일 수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황식 전 총리가 김기춘 비서실장과 친밀한 관계라고 말해 박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제주지사에 나선 원희룡 전 의원과 재선을 노리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권 도전을 언급했습니다.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잇따른 발언으로 햇볕정책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힘을 잃게 된 이유가 과거 핵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북한에 잘못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1. 김황식과 김기춘
- "박근혜 대통령과는 통화한 적이 없지만, 김기춘 비서실장과는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상의를 한 적이 있다."
가뜩이나 친박 지원설에 휩싸였던 김황식 전 총리가 어제 이 말 한마디로 박심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는 겁니다.
두 사람이 통화한 시점은 지난해 11월로 김 전 총리가 반년 간의 독일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총리는 김 실장이 대학선배이자 법조계 선배인 만큼 안부 전화를 한 것뿐이라고는 말했지만, 과연 이런저런 문제 에 서울시장 출마 얘기가 없었겠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김 전 총리는 또 통화가 이뤄진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장과 관련해서 크게 논의가 되지 않는 시점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지난해 4월부터 이미 김 전 총리는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끊임없이 하마평에 올랐습니다.
당내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은 물론 민주당까지 나서 김 전 총리 비판에 나섰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실장 인 김 실장을 직접 언급한 만큼 박심 논란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2. 도백과 대통령
- "제주도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 "도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면 경남사람들이 얼마나 좋겠나"
새누리당의 제주지사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의원과 재선을 노리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내놓은 공식 발언입니다. 친한 기자와 비보도를 전제하고 슬며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원 전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홍 지사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런 대권 도전을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이미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이 나왔고, 여야의 상당수 거물 정치인들이 광역단체장을 거쳤다는 점에서 시장이나 도지사치고 대권을 생각 안 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1천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행정경험을 쌓는 것이 실제 본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쪽에선 우리 도에서도 대통령을 내보자 . 대통령까지 노리는 사람이니 도정도 확실하게 할 것 아니냐 는 기대도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론 도지사 후보가 지방선거도 하기 전에 도민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3. 햇볕정책 위기
-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면 칼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볕을 쫴야 한다. 해님과 바람 이라는 이솝우화에서 햇볕정책의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인도적 지원을 통해 국제사회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통일 기조였고 민주당의 핵심정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햇볕정책이 야권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첫 단초는 김한길 대표의 올해 신년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햇볕정책이 시작될 당시는 북한이 핵을 갖췄다는 게 전제되지 않았다.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완이나 수정을 거론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이 이런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통합신당인 새정치미래연합의 정강정책에 현재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있는 "6·15와 10·4 남북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부분을 제외하자고 주장한 겁니다. "이념과 진영으로 갈라지고 찢어진 대한민국 사회를 하나로 묶으라는 통합의 명령"이라는 게 안 의원의 말입니다. 민주당의 반발이 일자 안 의원은 6·15와 10·4 선언을 제외하지 않기로 한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이 통일보다는 안보에 좀 더 무게가 쏠려 있는 만큼 조만간 또 햇볕정책이 존립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4. 우크라이나 나비효과
- 우크라이나는 지난 1994년만 해도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대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안전보장을 약속받는 대신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20년 만에 자국의 영토를 러시아에 사실상 빼앗기는 처량한 처지가 됐습니다.
이역만리 동유럽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에 나비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한 특강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할 때 핵을 포기 안 했으면 러시아가 이렇게는 못했을 것이라는 교훈을 북한에 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핵을 포기하면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약해진다는 생각을 북한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핵을 껴안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지적입니다.
여기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놓고 극한 대립을 보이면서 6자회담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에 폭풍을 몰고 온 셈입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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