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역사와 전통을 잘 보존해 매년 1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그런데 자긍심 하나로 마을을 지켜오던 주민들은 더는 못 살겠다며 마을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심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600년 전 만들어진 여주 이씨 집성촌입니다.
멋스러운 한옥들이 낮은 구릉과 조화를 이루며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고즈넉한 초가집은 한나절 구경하는 사람들에겐 재미있는 볼거리겠지만, 정작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한겨울에도 화장실을 가려면 밖을 나서야 합니다.
내집 화장실이지만 내 맘대로 바꿀 수도 없습니다.
▶ 인터뷰 : 박금조 / 경주 양동마을
- "문화재 지정된 관계로 화장실 안에 넣고 싶어도 공사를 못하게 해서 못 합니다. 6년째 7년째 안 해주고 있어요."
문지방 하나 손 댈라 쳐도 문화재청에 일일이 보고해야 하고, 심지어 수리까진 6개월 넘게 걸립니다.
▶ 인터뷰 : 이지관 / 경주 양동마을 운영위원장
- "문화재보호법에서 형상 변경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그 과정 자체가 워낙 힘이 드니까 주민들의 최소한의 행복 추구권도 고려를 해줘야…."
안동 하회마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장판을 들추자, 곳곳에 곰팡이가 생겼고, 임시로 바른 시멘트에선 물이 샙니다.
▶ 스탠딩 : 심우영 / 기자
- "지난여름 폭우에 무너진 담장입니다. 전통가옥 보존 규정상 수리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예산마저 부족해 8개월째 방치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세계유산 지정 이후, 양동마을은 156명, 하회마을은 25명이 마을을 떠났습니다.
▶ 인터뷰 : 유열하 / 안동 하회마을
- "불편하기 때문에 떠나가고 고향을 찾아오고 싶어도 한옥 속에서 생활하기가 불편하니까 와서 살다가도 또 바깥으로 나가는…."
이들이 세계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받는 지원금은 1년에 80만 원입니다.
MBN뉴스 심우영입니다. [simwy2@mbn.co.kr]
영상취재 : 김형성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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