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첩첩산중, 아무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 그곳에도 누군가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해발 815m, 전기도 수도도 변변치 않은 열악한 오지에 숨겨진 단 하나의 집. 일일이 깔아놓은 통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소백산이 내다보이는 정자와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거대한 물레방아, 그리고 크고 멋진 통나무집을 차례로 마주할 수 있다. 낙원이란 바로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는지. 뛰어난 손재주는 기본 애정과 정성으로 ‘숲속 낙원’을 탄생시킨 자연인 이현진(59세) 씨. 이 모든 건 소중한 약속에서부터 시작됐다.
“예쁜 집 지어 줄게 산에 가 살자.”
1980년대에 전파상을 시작으로 사회의 흐름에 따라 이동 통신 기기 유통업을 하게 되었다. 사업 규모가 커질 때쯤 IMF 외환위기가 닥쳤고, 그의 사업도 부도를 맞았다. 사업 실패로 힘들어하던 그때, 그의 가정도 흔들렸고 결국엔 이혼에 이르게 되었다. 연이어 닥친 시련에 꽤 오랫동안 마음의 방황을 겪어야만 했던 자연인.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지금의 아내를 소개받았다. 같은 상처를 안고 있어서였을까. 둘은 서로를 잘 이해했고 그만큼 의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재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믿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언젠가는 자연에 안겨 살리라 막연하게 마음먹었던 자연인에게 평소 산을 좋아하던 아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둘은 함께 산으로 향했다.
산이 준 오미자와 다래를 품에 안을 때면 가을의 풍요로움에 감사를 전하는가 하면 낮에는 아내의 손을 잡고 숲길을 거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또, 밤에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기도 한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이렇게나 낭만적으로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가 사는 산골에서는 지금도 행복하고 놀라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산을 찾기 전까지 상상치도 못했던 일, 남다른 손재주 덕분에 평범함은 거부하고 그만의 개성으로 산골살이를 즐기고 있는 자연인 이현진 씨. 그가 사는 애정이 넘치는 숲속 낙원은 오는 10월 3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