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이 못 살아
# 백발의 꼬부랑 노부부
65년 전, 빨치산이 소녀들을 끌고 간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고흥의 한 시골 마을 26살 노총각에게 17살 어린 소녀가 시집을 왔다. 그렇게 김남기(91) 할아버지, 남연례(82) 할머니는 6남매를 키워내고 이제 오붓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데~
다정하게 아궁이 군불 앞에 앉아 그간 살아온 얘기들을 하다보면 늘 입버릇처럼 나오는 할아버지의 한마디가 있다! “나는 따뜻한 봄에 먼저 저 세상 갈랑께 임자는 몇 년 더 살고 나 따라 오소” 90줄에 접어들면서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할머니는 매번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나면서도 속상하다. 평소에는 고집 한번 부리지 않는 양반인데, 왜 세상 뜬다는 말버릇은 그렇게 못 고치는 건지! 자꾸 헤어짐을 준비하려는 할아버지 때문에 할머니는 오늘도 마음이 편치 않다.
# 이별을 준비하는 할아버지
지난 가을 열심히 산을 다니며 장작을 해오던 김남기 할아버지. 아직 집에 장작이 많은데, 또 다시 지게를 들고 길을 나선다. 사실 자신이 죽어도 할머니가 몇 년동안 나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속마음이라는데. 결국 추운 밖에서 무리하게 일하다 고뿔에 걸린 할아버지~ 젊을 적부터 원체 몸이 약했던 남편이라 이제 할머니는 온갖 보양식을 눈 감고도 만든다고.
오늘도 감기 걸린 남편을 위해 배, 검은콩, 수세미 등 다양한 재료로 차를 끓이고, 냉장고 깊이 숨겨놨던 개구리 보약도 하나 가져와 할아버지에게 은근슬쩍 떠먹여본다.
# 임자, 나 가기 전에 보일러를 들여야겠구먼
나무하러 다니는 할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돼 줄곧 집에 보일러를 들이자고 말해왔던 할머니! 그동안 내가 나무하러 다니는데 웬 보일러냐 싶어 듣는 척도 안했던 할아버지였다.
하지만 고뿔에 걸리고 난 뒤로는 아내가 나처럼 나무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다 혹여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한가득이다.
내가 아내보다 9살이나 더 나이가 많으니, 아내가 홀로 남겨져 살아갈 시간이 분명 있을텐데.. 혼자서 일을 하다 저번 나처럼 호되게 고뿔에 걸리지는 않을까, 내가 훗날 남겨질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이리저리 한참을 고민하던 할아버지!
결국 아내 몰래 집으로 보일러 업자를 부르고, 막상 할머니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 눈이 어리둥절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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