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고 이예람 중사는 2021년 상관인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2차 가해까지 당한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죠.
그런데 바로 그 해에 또 다른 공군 부사관도 성추행에 이어 2차 피해까지 당한 사실이 MB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패턴으로 일어난 거죠.
권용범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강원도의 한 공군 부대입니다.
공군 A 하사는 2021년 12월 선임 B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부대 야간근무를 서던 도중 호감이 있다며 머리와 손을 여러 차례 만진 겁니다.
불쾌감을 표현하자 후임에 대한 좋은 감정이라고 둘러댔습니다.
군사법원은 강제추행을 인정했지만 추행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초범이라며 징역 6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에 그쳤습니다.
이후 A 하사는 지난해 다른 지역으로 부대를 옮겼는데 비슷한 사건을 다시 한번 더 겪어야 했습니다.
당직근무 도중 C 상사가 앞으로 군생활을 언급하며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한 겁니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에 메시지로만 짧게 사과했습니다.
A 하사는 1차 성추행 사건 당시 2차 가해를 한 D 중사까지 같은 부대로 배치되자 부대장과 면담하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공군은 공식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A 하사는 극단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뒤늦게 상황 수습에 나섰습니다.
MBN뉴스 권용범입니다.
【 앵커멘트 】
이번 사건 단독 취재한 국방부 출입 정치부 권용범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1 】
권 기자, 리포트 내용을 보니 익숙한 사건이 떠오르는데요?
【 기자 】
이번 사건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피해자가 각각 여군 중사와 하사, 공군 초급간부죠.
상급자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도 똑같습니다.
【 질문 1-2 】
시기도 상당히 비슷하네요?
【 기자 】
고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이번 사건의 피해자 A 하사는 9개월 뒤인 12월에 성추행을 당했고요.
두 사건 모두 2차 피해까지 있었습니다.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직후 공군 전체가 부대 성폭력 대응 총력전에 나섰지만 반복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겁니다.
【 질문 2-1 】
말뿐인 총력전이었던 거네요.
공군에 성폭력 전담 기구가 없나요?
【 기자 】
성고충예방대응센터가 있습니다.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이후인 2022년 1월 1일 편성된 공군참모총장 직속기구인데요.
공군 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조직문화를 실현하는 목적으로 기존 양성평등센터를 확대 개편했습니다.
【 질문 2-2 】
확대 개편까지 했는데 이번 사건에서 역할을 제대로 했나요?
【 기자 】
1차 성추행 사건 당시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2차 성추행 사건 때는 공군 차원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1차 성추행 사건 2차 가해자가 피해자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상황이 됐지만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피해자가 부대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고충을 토로했지만 이후에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고통으로 직접 센터에 신고가 어려운 피해자는 제대로 조치를 받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노출된 겁니다.
【 질문 3-1 】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네요.
피해자를 압박한 정황도 있다면서요?
【 기자 】
센터 팀장과 피해자 A 하사 간 4차례 통화가 있었는데요.
A 하사에게 보도를 원하지 않는다면 의사를 대신 전달해주겠다며 글로 직접 써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센터 팀장, 현역 군인으로 A 하사의 계급상 상급자라는 겁니다.
이어 취재진에게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니 보도하지 말 것을 요청했는데요.
여러 경로로 확인해본 결과 이 같은 공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 질문 3-2 】
공군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기자 】
공군은 A 하사가 상급자와의 통화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 보다 편안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공군이 피해자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조력을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앵커멘트 】
이대로 두면 제2, 제3의 이예람 중사 사건이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겠네요.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권용범 기자였습니다.
[dragontiger@mbn.co.kr]
영상취재 : 진은석·정의정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송현주
그래픽 : 김지예·이새봄
#MBN #공군 #부사관 #하사 #성추행 #성고충예방대응센터 #김주하앵커 #권용범기자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