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극단적 선택을 떠올릴 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1393 자살예방상담 전화입니다.
24시간 상담사들이 대기하고 있죠.
그런데, 충분한 교감과 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상담 건수, 즉 콜수 를 채우기 위해 중간에 전화를 끊는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포커스M 강재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월 1393 콜센터에 자살 상담을 했던 사람의 글입니다.
상담 30분이 지나자 더 힘든 사람이 있다 는 상담사의 말에 전화를 끊어야 했고, 상담사를 괴롭혔다는 생각에 오히려 심적 부담이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상담 매뉴얼에 상담 시간이 30~35분으로 규정돼 있다보니, 상담사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1393에서 근무했던 전 상담사는 시간이 길어지면 관리자 독촉이 이어져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 인터뷰 : A씨 / 전 자살예방상담사
- "질보다 양인 거죠. 콜 수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 30분 정해가지고 거기에 지나가면 계속 메신저 넣고 끊으라는 제스처 넣고…."
▶ 인터뷰 : B씨 / 전 자살예방상담사
- "죽으려고 전화했습니다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아 맞아요. 거기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죠 하고 알아서 끊어요."
상담 건수, 즉 콜수 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에 상담에 집중할 수도 없습니다.
▶ 인터뷰 : A씨 / 전 자살예방상담사
- "그분은 안 죽으니깐 끊어도 돼요. 그러면 도대체 어떤 사람을 상담하라는 건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렇게 반론을 하면 거기서부터 안 좋아지는 거죠."
▶ 인터뷰(☎) : 현 1393 자살예방상담사
- "조금 눈치가 보이긴 해요. 전담사가 통화를 혹시 길게 한다고…. 내가 전화 끊고 나면 늘 아쉬워. 이런 걸 해줬으면 더 도움 됐을 텐데…."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자살예방상담이 기계적이다 , 빨리 끊으라고 한다 는 불만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 스탠딩 : 강재묵 / 기자
- "전문가들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자살위험군에게 소위 커넥티드 효과 , 세상과 단절돼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박종익 /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 "한 달의 몇 건을 했고 몇 명이라는 개념보다는 한 명이라도 확실히 살릴 수 있는 게 기본 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간제한을 둔다는 것은 철학적으로는 맞지 않죠."
1393 콜센터 측은 매뉴얼은 권고 사항일 뿐 강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MBN뉴스 강재묵입니다. [mook@mbn.co.kr]
[영상취재 : 이종호·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 그래픽 : 전성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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