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코로나 장기화로 문을 닫는 밥차와 무료급식소가 늘면서 당장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굶주림에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럴 때 누구나 음식을 꺼내 먹을 수 있는 착한 냉장고가 있는데, 세상돋보기에서 들여다봤습니다.
유호정 기자입니다.
【 기자 】
시장 주차장 앞에 한 냉장고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안 쓰는 냉장고인가 했는데, 누군가 나타나 쌀과 반찬 등 음식들을 채워 넣습니다.
잠시 뒤 또 다른 사람들이 하나씩 꺼내가는데요.
바로, 누구나 넣고 꺼내 먹을 수 있는 공유냉장고 입니다.
공유냉장고의 시작은 음식물 쓰레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낭비되는 13억 톤의 먹거리를 나눔으로 해결하고자 독일에서 거리의 냉장고 가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너무 많아 버려지는 먹거리가 다른 사람에겐 맛있는 한 끼가 되었고,
이젠 전 세계 140여 개 도시에서 환경지키기는 물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3일 이상 남은 음식을 누구나 넣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는 게 공유냉장고의 원칙입니다.
물론, 술이나 약품류는 공유할 수 없고요.
냉장고 관리는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도
- "고맙습니다."
- "정말 감사하죠 요즘 같은 때는."
- "무 하나도 비싸다고."
폐지를 줍던 할머님도 냉장고를 이용합니다.
- "항상 가져다 먹어요. 올겨울에도 가져다 먹고. 하나씩만 가져가는 거지. 다 가져가면 안 되지."
- "가져가도 된다고 그래서 가져가는 거야. 며칠 전에도 한번 갖다 먹고. 너무나 좋아 너무 좋아. 그래서 그릇 깨끗이 해서 갖다 놔."
▶ 인터뷰 : 박현숙 / 공유냉장고 14호점 관리자
- "생각 외로 어려우신 분들도 많으시고. 또 몇 개씩 들고 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차마 말을 못 해요. 그냥 필요하시니까….
▶ 인터뷰 : 강기연 / 공유냉장고 17호점 관리자
- "정말 감사하죠. 어떤 때는 눈치 보고 가져가세요. 나랑 눈이 딱 마주치면 집으려다가 이렇게 해서 아버지 왜 그러세요 그냥 가져다 드세요 그러면 미안해서 그렇다고. 아휴 아버지 걱정하지 말고 갖다 드시라고."
▶ 스탠딩 : 유호정 / 기자
- "지난 2018년 이곳 수원에 3대였던 공유냉장고는 현재 24대가 운영 중입니다. 작년에만 15대가 늘어났는데요. 이제는 수원을 넘어,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과 의정부엔 그냥 드림 냉장고 가 생겼습니다.
이 냉장고는 노숙인을 지원하는 시설에 설치됐는데요.
▶ 인터뷰 : 김충식 /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 센터장
- "코로나로 인해 많은 무료 급식소가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길거리에서 사시는 이용인들은 진짜로 먹을게 전혀 없죠."
시설 이용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와서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그냥드림 냉장고 이용자
- "네 좋죠. 도움이 되죠. 음료수를 줘도 좀 낫고. 없는 것보단 낫죠."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냉장고를 채워 넣고 있습니다.
- "어쨌든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하니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 "와보면 다른 게 또 들어와 있어요. 숨은 천사님들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좋아요."
- "정말 재밌어요. 그리고 행복해요."
세상돋보기였습니다.
영상취재 : 전범수·김영진 기자
그래픽 :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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