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간판, 해방촌 계단, 381 열차.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것들이죠. 그런데 이곳들이 일본 현지에서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진 찍기 좋은 곳 으로 소개가 됐습니다.
놀랍게도 이런 홍보 동영상을 올린 곳은 한국관광공사 오사카 지사였죠. 모두 일제강점기와 일맥상통하는 데다 이곳이 식민지배의 장소다. 라고 불리는 곳인데, 역사적인 배경이나 의미를 설명하기보다 사진 잘 찍히는 곳 , 관광명소 로 소개를 한 겁니다. 물론 본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비춰진 결과는 씁쓸함을 넘어, 요즘 한일 분위기를 이렇게 모르나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될 정돕니다.
홍보영상에 대한 반응도 싸늘합니다. 381 열차 는 일본 차량 제조주식회사에서 만든 거고, 해방촌 계단 은 신사참배를 하기 위해 오르던 계단, 경성 은 일본이 우리 수도인 서울을 조선총독부 칙령에 따라 마음대로 바꾼 명칭이거든요. 그러니 가해자 역사 기리기 홍보 영상이다. , 식민지 한국 테마 관광이다. 이런 평이 나오는 겁니다.
물론 요즘 같은 외국인 관광객 가뭄 때, 홍보영상 하나라도 더 필요한 건 맞습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14%나 감소했거든요. 관광객이 줄어드니 뭐라도 해야 하고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도 필요하지만, 바늘허리에 실을 매서 쓸 수 없듯 급하게 서두른다고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변수가 생겼을 때 발 빠른 대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깊이 있는 대책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관광 분야라고 다를 게 없는데, 급하다고 해서 아픈 역사를 복고 로 둔갑시켜서야 될까요. 어쩌면 우리의 아픔을 망각한 것일 수도 있는 건데,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그쪽의 감수성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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