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미국과 북한이 극한 대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물론 정부는 오보라며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여러가지 퍼즐을 맞춰보면 아주 허황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치부 윤범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이번엔 인도네시아를 통해 정상회담 지원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죠?
【 기자 】
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인 지난 5월 29일에도 청와대에서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도움이 돼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난달 중순에 다시 부산이 지역구인 최인호 의원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습니다.
여권에 따르면 최인호 의원이 다른 일행들과 함께 메가와티 전 대통령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최 의원은 MBN과의 통화에서 인도네시아 방문 사실은 인정했지만, 메가와티를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남북정상회담이란 사안의 성격상 성사되기 전에는 만났어도 만났다고 밝힐 수 없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 질문2 】
최 의원 뿐만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최근 인도네시아 측과 접촉했다면서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5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단독 회담을 했습니다.
두 장관은 당초 예정된 양자 회담을 마친 뒤 통역을 포함한 모든 배석자를 회담장 밖으로 내보내고 20분 이상 둘이서만 대화를 했는데요,
또 지난 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지인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랴미자르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40분간 접견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그것도 휴가 기간에 다른 나라의 장관급 인사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 질문3 】
그렇다면 왜 하필 인도네시아입니까?
【 기자 】
네 그걸 이해하려면 먼저 북한 김일성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김일성과 수카르노의 인연은 1964년 북한과 인도네시아의 수교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1965년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을 데리고 인도네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 수카르노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김일성을 "너희들의 삼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돈독한 관계 때문인지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생전의 김정일과 자신의 관계를 "남매지간"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전·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하는 등 남북간 메신저 역할을 했습니다.
심지어 수카르노의 후손들이 세운 수카르노 교육재단 에선 지난 2015년 수카르노 상의 수상자로 김정은을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 질문4 】
그렇다면 최인호 의원을 보낸 건 왜인가요?
【 기자 】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문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 중의 하나라는 점이 꼽히고 있습니다.
최 의원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랄 수 있는 부산 친노 그룹의 대표 정치인인데요.
최 의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988년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도왔고, 노 대통령이 실의에 빠졌을 때 정계복귀를 응원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답니다.
때문에 정치적 측근으로서 비밀 임무를 띈 대통령 특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 질문5 】
과거에도 대통령의 측근들이 남북정상 간의 특사 역할을 한 적이 있었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7.4 남북공동성명 당시에는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비밀리에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었고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1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이 중국 등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나며 물밑작업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비록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비밀리에 만나 정상회담을 교섭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남북정상회담의 특사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정치적 측근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최 의원도 직접 북한과 접촉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 질문6 】
문 대통령도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서 그간 말을 아껴왔다면서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지난 10일 북한의 괌 포위 사격 발언에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었는데요.
2시간이나 회의가 진행됐는데도, 정작 NSC 의장인 문 대통령은 불참했습니다.
또한 그날 공개된 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에서도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이 말을 아끼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움직임과 연관된 것 아니냐,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7 】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왜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는 걸까요?
【 기자 】
네 과거에도 1994년 1차 북핵 위기가 전쟁 직전까지 갔을 때, 김일성과 김영삼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발표된 바 있는데요.
위기가 깊어질수록 남북간계의 운전수를 자임한 문 대통령으로선 뭔가 대화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응징하면서도 그 끝에는 대화와 협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요.
지난 독일 순방 당시에도 신베를린 선언 을 통해 여건이 조성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 2차 정상회담이 임기 말인 2007년 10월에 이뤄졌다는 점도 현 정부 인사들에겐 뼈아픈 대목인데요.
2차 정상회담 성과를 실천해보지도 못하고 정권이 끝났다는 아쉬움 때문에, 이번에는 정상회담을 한다면 임기 초에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윤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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