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 경제특구 중 한 곳인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를 들렀을 때다. 소형보트에 들어가는 모터를 만드는 벤처기업을 방문했다. 건물 1개 층 정도를 쓰는 이 기업에서 기자가 흥미로웠던 건 바로 방마다 붙은 이름들이었다.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뒤셀도르프 등등.
세계 각국의 유명한 항구나 강에 인접한 도시의 이름을 회의실이나 사무실에 붙인 것이다. 회사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물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대니 타오 대표는 “전 직원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방 이름 하나를 붙이는 것도 허투루 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둥관 시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를 차를 타고 내려오면 소위 중국 제일의 첨단 도시 선전(深圳)시가 나온다. 세계 최대 단일 컨테이너터미널인 옌티엔(鹽田)터미널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던 선전시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전시관 옆 창문으로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지금의 선전시의 모습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배를 타고 나가서 바다 쪽에서 선전시를 바라보면 더 뚜렷이 알 수 있다. 작은 어촌 마을의 흔적은 이제는 당연히 찾아볼 수 없고, 지금도 곳곳에선 고층 빌딩들이 연신 올라가고 있었다.
1978년 12월 당시 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은 중국의 나아갈 길은 개혁개방이라고 천명했다. 그 직후에 광둥성에 3개, 푸젠성에 1개의 경제특구가 지정됐고, 이곳에 선진국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경제특구는 향후 40여 년간 중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 중국 상하이증시는 2.5% 정도 하락했다. 일본증시가 17%, 미국 S&P 지수가 16% 상승하는 등 다른 나라 경제가 힘을 내는 동안 중국 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지난해 전격적인 코로나 봉쇄령을 철폐한 뒤 강한 성장세를 기대했지만, 이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외국자본은 갈수록 중국을 멀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4,989억 1천만 위안, 우리 돈 약 94조 8천600억 원에 그쳤다. 연초보다 최근에 감소 폭이 더 커지고 있는 게 심각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현재 중국 정부의 경직성이다. 지난해 반간첩법에 이어 올해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은 그렇지 않아도 중국 시장에 의문을 품던 많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축소할 빌미를 줬다는 평가다.
얼마 전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이 모여서 3중전회를 열었다. 5년의 공산당 지도부 임기 중 총 7차례의 전체 회의가 열리는데, 그중에 3번째로 열리는 3중전회는 보통 지도부 임기 2년 차 말에 열려 향후 5년간의 경제 운용 방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번 20기 공산당의 3중전회는 평상시보다 무려 7개월이 지연된 끝에 이번 달에 열린 것이다.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결국 대체적인 결론은 중국의 지도부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서라는 거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 안보와 체제 유지를 중요시하는 현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중시하면서 한편으론 외국 기업들과 외국인들에게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을 권유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지금 중국이 처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광둥성 일대 경제 벨트의 현장 분위기는 겉으로 보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또 거시경제적인 관점에서 봐도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매김했고, 14억 인구의 잠재력은 여전히 거대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근 몇 년간의 부정적인 신호에도 중국이 한순간에 추락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사실 거의 없다. 다만, 중국 정부가 현재와 같이 경제 성장보다는 체제 안정과 안보에 방점을 찍는다면 과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후 보았던 30여 년간의 고도성장을 다시 보여주기는 힘들 거라고 예상할 뿐.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세계 각국의 유명한 항구나 강에 인접한 도시의 이름을 회의실이나 사무실에 붙인 것이다. 회사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물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대니 타오 대표는 “전 직원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방 이름 하나를 붙이는 것도 허투루 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둥관 시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를 차를 타고 내려오면 소위 중국 제일의 첨단 도시 선전(深圳)시가 나온다. 세계 최대 단일 컨테이너터미널인 옌티엔(鹽田)터미널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던 선전시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전시관 옆 창문으로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지금의 선전시의 모습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19세기 말 선전시 풍경. 불과 45년 전까지도 이렇게 작은 어촌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중국 제1의 첨단 산업 도시로 탈바꿈했다 / 사진 = MBN
배를 타고 나가서 바다 쪽에서 선전시를 바라보면 더 뚜렷이 알 수 있다. 작은 어촌 마을의 흔적은 이제는 당연히 찾아볼 수 없고, 지금도 곳곳에선 고층 빌딩들이 연신 올라가고 있었다.
1978년 12월 당시 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은 중국의 나아갈 길은 개혁개방이라고 천명했다. 그 직후에 광둥성에 3개, 푸젠성에 1개의 경제특구가 지정됐고, 이곳에 선진국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경제특구는 향후 40여 년간 중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 중국 상하이증시는 2.5% 정도 하락했다. 일본증시가 17%, 미국 S&P 지수가 16% 상승하는 등 다른 나라 경제가 힘을 내는 동안 중국 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지난해 전격적인 코로나 봉쇄령을 철폐한 뒤 강한 성장세를 기대했지만, 이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바다에서 바라본 선전시 항구의 모습. 곳곳에서 고층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다. / 사진 = MBN
특히나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외국자본은 갈수록 중국을 멀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4,989억 1천만 위안, 우리 돈 약 94조 8천600억 원에 그쳤다. 연초보다 최근에 감소 폭이 더 커지고 있는 게 심각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현재 중국 정부의 경직성이다. 지난해 반간첩법에 이어 올해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은 그렇지 않아도 중국 시장에 의문을 품던 많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축소할 빌미를 줬다는 평가다.
얼마 전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이 모여서 3중전회를 열었다. 5년의 공산당 지도부 임기 중 총 7차례의 전체 회의가 열리는데, 그중에 3번째로 열리는 3중전회는 보통 지도부 임기 2년 차 말에 열려 향후 5년간의 경제 운용 방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번 20기 공산당의 3중전회는 평상시보다 무려 7개월이 지연된 끝에 이번 달에 열린 것이다.
코로나 봉쇄 후 처음 열린 한-중 기업인 만남인 ‘제1차 한중 경영자 회의’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사진 = MBN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결국 대체적인 결론은 중국의 지도부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서라는 거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 안보와 체제 유지를 중요시하는 현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중시하면서 한편으론 외국 기업들과 외국인들에게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을 권유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지금 중국이 처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광둥성 일대 경제 벨트의 현장 분위기는 겉으로 보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또 거시경제적인 관점에서 봐도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매김했고, 14억 인구의 잠재력은 여전히 거대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근 몇 년간의 부정적인 신호에도 중국이 한순간에 추락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사실 거의 없다. 다만, 중국 정부가 현재와 같이 경제 성장보다는 체제 안정과 안보에 방점을 찍는다면 과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언 후 보았던 30여 년간의 고도성장을 다시 보여주기는 힘들 거라고 예상할 뿐.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