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를 웃도는 폭염 속 진행된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 ‘하지(Haji·성지순례)’ 기간 1,0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우디 정부가 자국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1일(현지 시각) AFP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고위 관료는 성지순례 사태와 관련해 “국가가 (관리 책임에) 실패하지 않았지만 위험을 간과한 일부 사람들의 오판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성지순례 사태 이후 정부 차원의 입장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메카에서 기도하는 무슬림. / 사진=AFP 연합뉴스
사망자는 1,170명~1,126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는 2015년 성지순례 기간 압사 사고로 2,000여 명이 숨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폭염과 온열질환으로 입원한 사람이나 실종된 사람이 수백 명이 넘는 상황이라 앞으로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데 대해 52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 속 허가받지 않은 순례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냉방시설 등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외신은 지적했습니다.
무슬림들은 일생에 반드시 한번은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 성지순례를 해야 하는데, 하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우디가 발행하는 공식 하지 비자를 발부받아야 합니다.
사우디 당국은 구각별 할당제를 통해 인원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관광비자 등을 통해 사우디에 입국한 뒤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성지순례를 시도하는 인원도 늘고 있습니다.
사우디 당국은 현장에서 허가받지 않은 인원의 순례도 허용했지만, 이들 순례자에게는 에어컨 시설 등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폭염에 쓰러진 순례객. / 사진=AFP 연합뉴스
여기에 유일한 교통수단인 순례 버스 이용도 금지되면서 뙤약볕에 수 ㎞를 걸어 이동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성지 순례자들은 경찰이 허가받지 않은 인원의 버스 이용을 금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외신은 이집트 사망자 658명 중 630명이 허가받지 않은 순례자라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미허가 순례자들의 열사병 등 피해가 컸던 것도 이같은 이유로 파악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