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처음으로 안락사를 허가 받은 40대 여성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희귀 퇴행성 질환으로 온몸이 마비된 이 여성은 안락사가 불법인 페루에서 시행된 첫 번째 안락사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47세 페루의 심리학자 아나 에스트라다는 현지 시간 22일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에스트라다는 근육 염증으로 근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근염 환자로, 12세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 20세 무렵엔 스스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학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열심히 저축해 집을 사고 연애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부터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2년 뒤에는 전신 마비로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음식도 튜브를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에스트라다는 2019년 안락사를 하게 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할 때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겁니다.
페루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중남미 지역의 다른 대부분 국가와 마찬가지로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안락사를 도운 사람은 최고 3년형에 처해집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에스트라다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하루 24시간 내 몸 안에 갇힌 죄수 같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22년 페루 대법원은 에스트라다의 손을 들어줬고, 예외적으로 안락사를 허용 받았기 때문에 에스트라다의 안락사를 도운 의료진은 처벌 받지 않게 됐습니다.
에스트라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나는 삶에서 고통을 더 견디지 못하게 될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화롭고 차분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때 안락사하고 싶다"며 "내 몸은 약해지고 있지만 마음과 정신은 행복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 역시 그러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스트라다의 변호사인 호세피나 미로 퀘사다는 SNS를 통해 에스트라다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한 아나의 투쟁은 수천명의 페루인들에게 그 권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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