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오가며 사업하는 한국인 사업가가 다이어리 속 지도 탓에 억류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70대 정모씨는 어제(2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편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려던 그는, 갑자기 세관원들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세관원들이 문제 삼았던 것은 정씨가 트렁크 안에 소지하고 있던 다이어리 속 세계지도였습니다.
가로 30cm, 세로 20vm 크기의 해당 지도에는 대만이 굵은 글씨체로 '타이완'이라고 표기돼 있었고, 제1도시 타이베이는 붉은색 글씨로 표기돼 있었습니다. 세관원들은 "타이완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별개의 국가인 것처럼, 타이베이는 다른 국가들의 수도와 동일하게 표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한 개 성(省)인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또 세관원들은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신장·티베트 지역의 국경 표시도 모호하게 돼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정씨는 "세관원들이 그를 '조사해야겠다'며 사무실로 데려가더니 억류했다"고 전했습니다. 다이어리에 지도가 부착된 줄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세관원들은 이를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씨가 거세게 항의하고 선양 교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는 등 조치를 취하자 세관원들은 약 한 시간이 지나서야 정씨를 풀어줬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지도를 다이어리에서 뜯어낸 뒤 물품 보관증을 써주며 "귀국할 때 찾아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씨는 30년가량을 중국에 오며 사업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황당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해당 지도만 압류하면 되지 붙잡아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정씨는 "나는 중국어를 할 수 있으니 항의라도 했지만, 처음 중국 땅을 밟는 외국인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고 두렵겠냐"며 "이러면 누가 중국에 오고 싶어 하냐"고 비판했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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