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비핵화를 대북정책보다는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과거 북핵 협상을 한 미국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두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독려로, 또는 독려 없이 동북아시아에 있는 미국 자산과 동맹에 핵 위협을 가해 중국을 지원하는 경우를 가정했습니다.
갈루치 교수는 남한이 북한 지시를 따르도록 강제하고, 미국이 동맹을 돕기 위해 개입하는 일을 억제하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는 경우도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북한 핵무기 사용 결정에는 "미국이 실제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셈법이 아니라 북한 지도부가 예상하는 미국의 행동"이라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갈루치 교수는 북한이 우발적으로 또는 상부 허가 없이 핵무기를 발사할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가 있다'는 북한의 수사법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작다는 확신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그는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동북아시아에서 핵무기가 늘어나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며 "우리가 외교를 최후의 정책 수단으로 삼을 때는 최소한 그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임기 마지막 해에 접어든 지금이 북한과 협상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북한을 유인하려면 무엇이 필요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갈루치 교수는 "미국은 북한과 진심으로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비핵화를 첫걸음이 아닌 더 장기적인 목표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한과 초기 대화에서 제재 완화, 한미 연합훈련의 성격, 북한 인권 정책 개선 등 북한이 과거에 관심을 보이고 관계 정상화에 필수적인 현안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도 제안했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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