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집 근처의 초등학교를 지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서 있는 걸 보고는 자녀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서 마중 나온 보호자들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낯선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경찰이 교문 양옆에 정복을 입고 진압 도구를 손에 쥐고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감시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다. 속으로 최근에 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얼마 후 사무실 근처의 또 다른 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도 같은 광경이었다.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 외에 교문 앞엔 어김없이 경찰들이 서 있었다. 이제는 궁금해졌다. 왜 학교마다 하교 시간이면 어김없이 경찰이 보초를 설까?
중국 현지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금방 답을 얘기해줬다. “인신매매를 막기 위해서”라는 거다. 아하! 그렇군.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하교 시간에 마치 자녀를 마중 나온 부모 행세를 하며 어린 학생들을 납치해가는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은 2가지이다.
먼저 학교 담벼락에 각 학년과 학급별로 부모들이 기다리는 곳을 지정해 놨다. 가령 2학년 1반~3반 학생의 보호자가 기다리는 곳이 3번이라면, 이들은 3번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식이다.
두 번째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교마다 하교 시간에 맞춰 경찰들이 경비를 선다.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신고 과정을 생략하고 현장에서 바로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도 사실 나는 크게 수긍이 되지는 않았다. 물론 기자가 어린 시절이던 3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인신매매는 사회적 문제였다는 걸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유괴나 납치를 포함한 인신매매는 이제 적어도 내 주변에선 접하기 어려운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풍경을 목격하니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한 뉴스를 접하고는 아직 중국은 그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구나 싶었다. 바로 일부 산부인과가 가짜 출생 증명서를 팔다가 적발됐다는 소식이다. 9만 6천 위안, 우리 돈 약 1천700만 원이면 1주일 이내에 가짜 출생 증명서를 발급해준다는 것이다.
출생 증명서는 신생아의 호적 등기와 사회보험 신청 등을 할 때 필요한 필수 서류다. 정상적으로 출산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이 서류를 위조한다는 건 다시 말해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으로 아이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신생아를 유괴해 매매하거나 불법 입양을 하는 등의 범죄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가짜 출생 증명서를 발급하다 적발된 산부인과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결국 쓰촨성 베이촨현과 후베이성 잉산현, 산시성 바이수이현, 지린성 창춘시, 허베이성 바오딩시 등 곳곳의 지방 정부들은 허겁지겁 특별 검사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조사를 중국 전역의 산부인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소식도 있다. 바로 태국에서 잡힌 중국 거지들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태국 거리 곳곳에서 거지들이 구걸하는 모습이 발견돼 경찰이 남녀 6명을 체포했는데, 모두 중국 국적이었다. 특히나 이들은 하나같이 신체 일부가 심하게 훼손됐다는 점이 더 주목을 받았다.
이들 6명이 모두 한 명의 중국인 통역사와 연결돼 있고, 숙소도 한곳에서 함께 머물렀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태국 현지에서는 인신매매 의혹까지 나왔다. 중국에서 사람을 납치해 신체를 훼손시켜 태국에서 돈을 벌게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일단 태국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에는 장쑤성 쉬저우시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는 40대 여성의 영상이 SNS에 공개된 이른바 '쇠사슬녀' 사건이 중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해당 여성은 1998년 3차례에 걸쳐 인신매매를 당한 끝에 현재의 남편과 살게 됐고, 둘 사이에 8명의 자녀까지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2017년부터 조현병 증세가 나타나자 남편은 그녀의 목을 쇠사슬로 묶고 추운 바깥에서 지내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이다.
이렇게 잊을 만하면 인신매매와 관련된 끔찍한 소식들이 터져 나오니 중국 당국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마다 경찰을 세워놓고 감시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감시와 처벌보다 시급한 건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인신매매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한 범죄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행위는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얼마 후 사무실 근처의 또 다른 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도 같은 광경이었다.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 외에 교문 앞엔 어김없이 경찰들이 서 있었다. 이제는 궁금해졌다. 왜 학교마다 하교 시간이면 어김없이 경찰이 보초를 설까?
중국 현지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금방 답을 얘기해줬다. “인신매매를 막기 위해서”라는 거다. 아하! 그렇군.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하교 시간에 마치 자녀를 마중 나온 부모 행세를 하며 어린 학생들을 납치해가는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은 2가지이다.
귀가하는 학생 보호하려 경찰 세우고 학부모 기다리는 곳도 지정
먼저 학교 담벼락에 각 학년과 학급별로 부모들이 기다리는 곳을 지정해 놨다. 가령 2학년 1반~3반 학생의 보호자가 기다리는 곳이 3번이라면, 이들은 3번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식이다.
중국의 학교들은 이렇게 하교 시간에 보호자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어디서 기다려야 하는 지를 지정해 놓았다. / 사진 = MBN 촬영
두 번째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교마다 하교 시간에 맞춰 경찰들이 경비를 선다.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신고 과정을 생략하고 현장에서 바로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도 사실 나는 크게 수긍이 되지는 않았다. 물론 기자가 어린 시절이던 3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인신매매는 사회적 문제였다는 걸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긴 하다.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유괴나 납치를 포함한 인신매매는 이제 적어도 내 주변에선 접하기 어려운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풍경을 목격하니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중국 전역에서 가짜 출생 증명서 활개…어린이 인신매매 의심
그런데 지난달 중순 한 뉴스를 접하고는 아직 중국은 그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구나 싶었다. 바로 일부 산부인과가 가짜 출생 증명서를 팔다가 적발됐다는 소식이다. 9만 6천 위안, 우리 돈 약 1천700만 원이면 1주일 이내에 가짜 출생 증명서를 발급해준다는 것이다.
출생 증명서는 신생아의 호적 등기와 사회보험 신청 등을 할 때 필요한 필수 서류다. 정상적으로 출산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이 서류를 위조한다는 건 다시 말해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으로 아이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신생아를 유괴해 매매하거나 불법 입양을 하는 등의 범죄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가짜 출생 증명서를 발급하다 적발된 산부인과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결국 쓰촨성 베이촨현과 후베이성 잉산현, 산시성 바이수이현, 지린성 창춘시, 허베이성 바오딩시 등 곳곳의 지방 정부들은 허겁지겁 특별 검사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조사를 중국 전역의 산부인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국에 나타난 중국 거지들…인신매매 의심되는 정황
이런 소식도 있다. 바로 태국에서 잡힌 중국 거지들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태국 거리 곳곳에서 거지들이 구걸하는 모습이 발견돼 경찰이 남녀 6명을 체포했는데, 모두 중국 국적이었다. 특히나 이들은 하나같이 신체 일부가 심하게 훼손됐다는 점이 더 주목을 받았다.
이들 6명이 모두 한 명의 중국인 통역사와 연결돼 있고, 숙소도 한곳에서 함께 머물렀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태국 현지에서는 인신매매 의혹까지 나왔다. 중국에서 사람을 납치해 신체를 훼손시켜 태국에서 돈을 벌게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일단 태국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태국에서 신체가 훼손된 중국인들이 구걸하다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 사진 = 더우인 캡쳐
지난해엔 ‘쇠사슬녀’ 사건으로 중국 전역 발칵…올림픽 기간 보도 자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에는 장쑤성 쉬저우시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는 40대 여성의 영상이 SNS에 공개된 이른바 '쇠사슬녀' 사건이 중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해당 여성은 1998년 3차례에 걸쳐 인신매매를 당한 끝에 현재의 남편과 살게 됐고, 둘 사이에 8명의 자녀까지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2017년부터 조현병 증세가 나타나자 남편은 그녀의 목을 쇠사슬로 묶고 추운 바깥에서 지내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이다.
쇠사슬에 목이 묶인 채 한겨울에 집 밖에서 살고 있던 여성.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잊을 만하면 인신매매와 관련된 끔찍한 소식들이 터져 나오니 중국 당국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마다 경찰을 세워놓고 감시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감시와 처벌보다 시급한 건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인신매매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한 범죄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행위는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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